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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올리브유 시세 여전히 고공행진, 식품 업계 긴장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2 16:28

수정 2024.05.02 16:28

세계 최대 올리브유 생산국 스페인, 2년 연속으로 생산량 반토막
지난 1월에 역대 최고점 찍었지만 여전히 시세 불안
이상 기후로 올리브 작황 타격, 날씨 해결 안 되면 공급 안정 불가능
일단 6월 말까지 기다려 봐야...작은 충격에도 가격 폭등 전망
지난해 12월 14일 스페인 서부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의 바다호스주 빌라프랑카 데 로스 바로스 인근에서 촬영된 올리브 밭.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4일 스페인 서부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의 바다호스주 빌라프랑카 데 로스 바로스 인근에서 촬영된 올리브 밭.신화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에서도 치킨, 파스타, 샐러드 등 여러 식품에 널리 쓰이는 올리브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올해 외식 물가에 파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 때문에 올리브 수확량이 반 토막에도 못 미친다며 작은 충격에도 올리브유 시세가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2일(현지시간)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세계적인 올리브유 파동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에 따르면 국제 올리브유 평균 가격은 2020년 12월 t당 1313달러(약 180만원) 수준이었지만 2022년 9월부터 오름세를 보였다. 올해 1월 시세는 t당 1만281달러(약 1415만원)까지 뛰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가격은 3월 기준으로 9908달러로 소폭 하락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민텍의 카일 홀랜드 시장 분석가는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주요 올리브 생산지의 작황이 이상 기후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지난 2년 사이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졌다.

유럽환경청(EEA)은 지난 3월 발표에서 남유럽의 폭염이 잦아지고 강수 형태가 바뀌었다며 유럽 전체가 기후 변화로 인한 "천문학적인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 싱크탱크 그린얼라이언스의 헬레나 베넷 기후 정책 대표는 지난달 10일 SNS를 통해 "스페인의 올리브유 생산량이 폭염과 가뭄으로 반토막이 났으며 시세 역시 2022년 대비 112% 뛰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올리브유지만 다른 식품들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홀랜드는 세계 최대 올리브유 생산국이자 전 세계 물량의 약 40%를 공급하는 스페인의 경우 과거 매년 130만~150만t의 올리브유를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페인에서 2022~2023년 수확기에 생산한 양이 66만6000t에 불과하며 2023~2024년 수확기 생산량은 83만~85만t이라고 예상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 1월 kg당 9.2유로(약 1만 3571원)였으나 지난달 19일 기준 7.8유로까지 내려갔다. CNBC는 지난 3~4월에 그나마 비가 내려 공급량 및 시세가 소폭 안정되었다고 평가했다.

홀란드는 아직 시세 안정을 예상하기에는 공급량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은 가격이 내려가는 것 같지만 사람들이 올리브유를 다시 사들이고 재고가 바닥나면 가격 또한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네덜란드 최대은행 로보방크의 비토 마르티넬리 선임 곡물 분석가는 "지금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6월 말까지는 기다려야 분명한 추세가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홀랜드는 이상 기후로 작황이 나빠지는 가운데 올리브 농사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은 줄어들지 않는다며 농가들이 계속 버틸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올리브유 가격 상승은 지구 반대편에도 이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리브유를 사용하던 국내 치킨 업체들은 지난해 9월부터 해바라기유 등 다른 기름의 사용 비중을 늘렸다.
지난 3월 일본 NHK에 따르면 일본 식품업체들은 5월부터 가정용 올리브유 가격을 20~60% 가까이 올린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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