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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물가 자극하지 않는 시점에, 적절한 통화정책 전환 필요" [변동성 커지는 금융시장]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2 12:00

수정 2024.05.02 18:25

수출 반등에도 고금리가 내수 발목
물가 자극 대규모 내수부양은 자제
고금리에 조여둔 통화정책을 보다 이른 시기에 전환해야 할 수도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정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수출이 반등했지만 길게 이어진 고금리가 여전히 내수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다만 대규모 내수진작 등 부양책이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높다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시점의 적절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일 수출과 금리를 중심으로 '최근 내수 부진의 요인 분석'을 발표하고 "금리정책의 내수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파급의 시차를 감안하여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DI 분석에 따르면 상품수출 증가는 큰 시차를 두지 않고 시장에 빠르게 반영된다.
상품수출이 1%p 증가하면 설비투자는 같은 기간 내 최대폭(0.36%p)으로 증가하고, 약 2개 분기 후까지 영향을 미쳤다. 민간소비는 1분기 후에야 최대 0.07%p 상승하지만 약 3개 분기 후까지 영향이 유의미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 1·4분기에는 시장 컨센서스를 2배가량 상회하는 1%대 성장을 이뤘다. 그럼에도 내수 부문에서는 여전히 수출 증가에 따른 회복세를 체감하기 어렵다.

KDI는 이 같은 수출·내수 괴리에 대해 "수출이 증가하는데도 내수가 회복되지 못하는 것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향후 통화긴축 기조가 전환되면 점진적으로 내수회복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의 수출이 지속되더라도 금리 상황이 동일하다면 내수위축 정도가 완화돼도 충분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수출회복이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로 금리 등 통화정책의 시차를 꼽았다. 수출에 비해 효과가 늦게 나타나지만 훨씬 더 길게 영향력을 미쳐서다.

KDI 분석에 따르면 정책금리 인상은 소비와 투자를 모두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나,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약 3~4분기가 소요되는 한편 파급효과는 상당 기간 지속된다.

정책금리의 1%p 인상은 3분기 이후 소비를 0.7%p까지 낮추고 9개 분기까지 영향력을 이어나갔다. 설비투자는 3분기 이후 최대 2.9%p까지 낮아지고 8개 분기까지 효과가 이어졌다.

고금리 기조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통화긴축의 효과가 현시점에서 나타나고 있다. 즉각적인 수출 효과가 그간 누적된 고금리 효과와 상충하는 셈이다. KDI는 향후 통화정책을 완화하더라도 긴축 효과가 줄어들기까지 6~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통화정책이 실제로 힘을 발휘할 시기를 예측, 선제적으로 기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KDI는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인 2% 내외에서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인 시점을 안정 추세를 면밀히 분석해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부양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KDI는 "대규모 내수부양 등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를 교란할 수 있는 정책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물가안정세가 흐트러지면 오히려 고금리 기조가 더 장기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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