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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물가 안잡혔는데 대규모 내수진작은 시기상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2 18:48

수정 2024.05.02 18:48

재정 풀면 물가 자극해 도로 역효과
먼저 인플레 잡은 뒤에나 고려해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1일(현지시각) 워싱턴 연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1일(현지시각) 워싱턴 연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연간 5.25~5.50%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3차례 정도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도 힘을 잃고 있다. 연준의 금리동결은 자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데 따른 조치다. 다른 지표들은 전반적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고물가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이다.


연준의 금리동결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우리나라 시장 내에서도 지속적인 금리인하 요구가 거세지만, 물가가 높아 동결 기조가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동결하면 한국은행도 현행 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어 고금리를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내수진작을 위한 조기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금리인하는 우리 물가지표를 볼 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현재 각종 경제지표가 양호한 미국도 고물가 위험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의 경제 상황은 미국과 다르지 않다. 물가안정에 확신이 서야 긴축완화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일 무리한 내수부양책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낸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우리나라 1·4분기 경제는 수출의 약진과 내수부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수출이 늘어 투자와 민간소비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누적된 정책금리 인상이 내수 활성화를 짓누르고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내수가 살아날 가능성은 낮지만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거나 금리인하가 단행되면 빠르게 회복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여건에서 대규모 내수부양 정책은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를 교란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KDI는 제언했다.

내수부진은 고금리의 결과인 만큼 내수부양책이 금리완화 시점을 늦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내수부양책이 되레 내수를 꺼뜨리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내수를 살리기 위한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KDI의 제언대로 이는 아직은 조급한 주장이다. 물가를 먼저 잡아놓은 다음에나 거론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물가가 잡히면 금리인하로 이어지고 내수는 자연스럽게 살아날 것이다. 섣부른 부양책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날 발표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석 달 만에 3%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다. 당분간의 정책은 물가를 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
최소 2%대 중반 아래로 안정돼야 금리나 재정 정책을 쓸 여지가 생긴다. 야당이 주장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도 이런 이유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취지가 좋더라도 성급한 돈 풀기가 결과적으로 내수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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