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해상유 거래현장 찾아 "신고" 협박… 3억 뜯어낸 조직원들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2 19:04

수정 2024.05.02 19:04

신고만 당해도 출항 일정에 차질
가로챈 돈으로 마약 거래·투약
조직원들이 업자들을 협박하기 위해 선박에 무단으로 올라가는 모습. 부산 동부경찰서 제공
조직원들이 업자들을 협박하기 위해 선박에 무단으로 올라가는 모습. 부산 동부경찰서 제공
부산 북항의 해상유 거래 현장에 들이닥쳐 판매업자와 선주들에게 "불법 거래로 신고를 넣겠다"고 협박하는 수법으로 3년간 수억대의 돈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일당 중 일부 조직원은 선주와 판매업자들에게 가로챈 돈으로 마약을 거래해 투약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공갈 등의 혐의로 A씨(54) 등 10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또 이들 조직에 마약을 팔아넘긴 B씨 등 2명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일당 15명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부산항 4·5부두 내에서 선주와 해상유 판매업자들을 협박해 총 145회에 걸쳐 3억원 상당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직원 중 일부는 가로챈 돈으로 마약을 사들여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해상유 판매업자가 선박·소매업체와 거래하는 현장을 급습해 "외국 선박에 급유 후 남은 기름을 불법 처분하려는 것 아니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냈다.

실제 이들 일당은 선박과 판매업자들을 겁박하려는 목적으로 거래 현장을 촬영해 해경에 총 108건의 신고를 했다. 피해자들은 '잔여기름 불법처분' 여부와 상관없이 신고를 당하면 장시간 조사를 받아 출항 일정이 미뤄지는 등 경제적 손실이 생길 수 있어 이들의 요구를 들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처럼 해상유 소매거래자들이 신고 상황을 꺼린다는 점을 악용해 교도소 등지에서 알게 된 조직원을 모집해 범행 전반을 기획, 총괄했다. A씨는 선박 해상유 소매거래 현장을 상시 감시하기 위해 4·5부두가 잘 보이는 높은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 지상에 대기하던 조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왔다.


이들은 A씨의 지휘 아래 피해선주 상대 현금수거책, 현장 동원 조직원들을 관리하는 중간관리책, 선박 무단침입 후 신고 협박을 하는 조직원들로 나눠 체계적으로 범행을 일삼았다. 피해자들은 이들 조직의 보복이 있을까 두려워해 경찰에 진술을 꺼렸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이어왔던 해상유 불법유통 구조에 대해 관계기관에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통보하고 해상유 공급업자, 선주협회와 핫라인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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