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자리 못잡는 우회전 정지… 경찰 '전용 신호등' 늘린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5 18:43

수정 2024.05.05 18:43

우회전 일단정지 의무 시행 1년
교통사고 발생 0.2% 감소 그쳐
우회전 신호등 400곳 확대 등
경찰 '일상화 종합대책' 추진
#. 지난 3월 25일 부산 기장군 한 사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학생이 우회전하던 대형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건은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이후 발생한 사건으로 우회전시 보행자를 살핀 뒤 일시정지하고 좌우를 살피며 서행해야 하는데, 버스가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일시정지해야 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우회전 방법을 모르는 운전자가 많아 경찰이 다시 계도기간을 운영중이다. 경찰은 운전면허 시험에도 관련 사항을 넣고 재차 계도에 나섰다.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추가 설치해 혼란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회전 교통사고 0.2% 감소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우회전 일시정지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우회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95명으로 1년 전(2022년 4월∼2023년 2월)의 109명보다 1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회전 교통사고 건수는 1만6675건에서 1만6641건으로 0.2% 감소했다. 부상자 수도 2만1643명에서 2만1616명으로 0.1% 각각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실제 사고 건수는 크게 줄지 않은 셈이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우회전 일단정지' 의무제를 2022년 7월 도입,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해 4월부터 본격 단속에 들어갔다. 개정에 따라 교차로에서 우회전시 보행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정지해야 하고, 녹색등이 켜진 횡단보도의 경우 보행자가 없으면 천천히 우회전 하면 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여전히 운전자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들은 보행자가 없는데도 횡단보도 앞에서 일단 정차부터 하는 등 혼란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빚어진 교통 정체는 운전자 간 다툼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변모씨(37)는 "우회전 일단정지라는 말을 듣고 우회전을 하면서 반사적으로 멈추자 뒷차가 크게 항의가 들어왔다"며 "정확한 내용을 몰라 어떤 식으로 멈춰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400명중 1명만 정확히 알아"

우회전 일시정지 기준을 모르는 운전자도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경기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1일 수도권 시민 600명(운전자 400명, 보행자 200명)을 대상으로 우회전 통행방법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운전자 400명 중 1명만 우회전 방법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운전자 중 58.8%가 우회전 통행 변경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경찰은 추가 계도 활동을 벌이는 상황이다. 경찰청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와 협조해 지난 1일부터 6월30일까지 교차로 우회전 일시정지를 집중 계도·단속하는 등 교차로 우회전 일시정지 일상화 종합대책을 추진한다.또 전국 229개소에 설치된 우회전 신호등을 우회전 사고 빈발 장소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400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경찰 내외부에선 우회전 전용 신호등 보급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4월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우회전 신호등은 229개다.
서울에 위치한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가 6909개인 걸 고려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서울관서의 한 도로 경찰관은 "우회전 일시 정지 제도 자체가 '보행자'를 기준으로 삼아 애매모호한 측면이 많다"며 "큰 교차로에 신호등 설치 등을 빠르게 해야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우회전 사고 빈발 장소를 중심으로 우회전 신호등을 연말까지 400개소 늘리겠다"며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 우회전 일시정지 내용을 추가하는 등 운전자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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