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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방장관 "외교관계 고려해 인니 분담금 3분의 1만 납부문제 협의 중"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7 16:22

수정 2024.05.07 18:24

인니 측 기술 탈취 시도 "관련된 사항들 전반적으로 검토 중"
"한-인니 앞으로도 계속 가야될 사항, 아세안과 협력도 중요"
[파이낸셜뉴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정부는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공동 개발국 인도네시아 측이 당초 약속과는 달리 최근 "개발 분담금을 총계약금액의 3분의 1인 6000억원만 납부하고 기술 이전도 덜 받아 가겠다"라고 제시한 방안에 대해 인도네시아 측과 최종 협의 중에 있다고 7일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양국의 방산분야를 넘어선 한국과 인도네시아 외교관계란 것도 있고 파생되는 여러 문제가 있어서 방추위원들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라며 "이 문제는 방사청뿐만 아니라 다른 관련된 부처의 의견도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앞으로도 계속 가야될 사항이고,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도 엄청나게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다"며 "여러 가지 고려요소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을 다 들어보고 토의해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경호 방위사업청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인도네시아 측의) 그런 제안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라며 "지금 신속하게 최종적인 협의를 완료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KF-21의 개발 성공을 위해 인도네시아 분담금 납부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왔고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왔다"라며 "최종 협의가 완료되면 관련 사항들에 대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한국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진 2명이 지난 2월 KF-21의 기밀 자료를 USB에 담아서 유출하다가 적발되는 등의 사건도 발생해 국내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수용하기 앞서 KF-21 기밀 유출과 관련된 경찰 수사 결과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인도네시아 직원들이 이미 KF-21 기밀을 빼돌렸다면 표면적으로 3분의 1만 기술을 이전받고도 핵심정보를 다 파악할 수 있지 않냐는 얘기다.

최 대변인은 "정부 측에서 관련된 사항들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면서도 경찰 수사 결과와 연계해 인도네시아의 제안에 관한 협의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관련 부처와 논의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측은 최근 우리 정부에 기존에 분담한 약 3000억원 외에 오는 2026년까지 약 3000억원을 더 납부해 총 6000억원의 KF-21 분담금을 납부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기술 이전도 3분 1 가량만 받겠다고 알려왔다고 한다.

정부가 인도네시아의 이같은 제안을 수용하면, 결국 받지 못한 1조원 가량은 그대로 우리 측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 대변인은 "인도네시아와의 경제적 협력이라든지 이런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도 저희들이 전체적으로 고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예산을 반영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인도네시아 측 제안을 받아들이면 합의 내용이 변경되는지에 대해 "만약에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런 부분들까지 고려해서 진행이 필요하다는 생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측 제안처럼 개발 관련 협상을 다시 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선 "개발 진행 간에 필요한 사항들이 발생하면 개발에 대해서는 계획이 수정되는 부분들도 있다"라며 "그런 계획들은 (합의 각서에서) 수정이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인도네시아는 KF-21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 6월까지 분납금을 완납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등을 이유로 우리 측에 납부한 분담금은 3000억원대에 그친 상태에서 계속 연체해 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측은 분담금 납부를 미루면서도 지난 2022년 2월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42대 구입 계약을 맺거나 지난해 6월엔 카타르로부터 중고 프랑스산 '미라주2000-5' 전투기 12대를 구입했다.

인도네시아는 KF-21 총개발비 8조원 가운데 20% 수준인 약 1조7000억원을 오는 2026년 6월까지 부담하는 대신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받는 등의 조건으로 2016년 1월 한국과 공동 개발에 참여했다.


인도네시아는 사업 첫해인 2016년에 분담금 500억원을 납부한 것을 제외하면 이후 당해연도 분담금을 계획대로 납부한 적이 없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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