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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보조금 받는 전기차 70%가 K배터리 쓴다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7 18:20

수정 2024.05.07 18:20

31개 차종에 국내3사 제품 탑재
中흑연 사용 제재 2년 유예 이어
하반기 신차출시 예고돼 겹호재
中 셀 제조사 우회진입은 '경계'
美보조금 받는 전기차 70%가 K배터리 쓴다
연초 10여종에 불과했던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전기차가 지난달 말 43종으로 대폭 확대된 가운데 이 중 72%가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중국산 흑연 제재 완화와 하반기 예정된 전기차 신차 라인업 확대까지 호재가 겹치면서 K배터리의 하반기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다만 올해 초 제외됐던 중국산 배터리 탑재 전기차도 미국 보조금 지급대상에 포함돼 '중국 경계령'도 고개를 들고 있다.

■美 보조금 전기차 72%에 탑재

7일 미국 에너지부 및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미국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43종 가운데 31종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제품이 탑재됐다.

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17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SDI는 12종, SK온은 10종으로 1~3위를 한국산이 휩쓸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폭스바겐 8종 전기차에 동시 납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는 앞서 발표한 IRA 규정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되고 배터리 부품·소재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는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978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이로써 한국산 배터리 탑재 전기차는 연초 15종에서 3개월 새 2배 이상 늘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배터리 업계에 직접 지급되는 건 아니지만 전기차 가격 민감도가 높다는 점에서 최종 소비자가격이 내려가면 배터리 판매에도 긍정적인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일본 업체 파나소닉은 포드 일부 차종과 테슬라 등 총 5종의 보조금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다만 올해 초 제외됐던 중국 업체 엔비전AESC의 배터리를 채택한 일본 닛산 '리프 S'와 '리프 SV 플러스'도 최근 보조금 지급명단에 포함됐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닛산처럼) 기술이전, 합작법인 등 중국 배터리 셀 제조사들이 미국 시장을 뚫고 들어올 방법은 있다"며 "K배터리 입장에서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中흑연 제재 2년 유예…신차 호재도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산 흑연 제재를 2년 유예한 점도 K배터리에 호재다. 미국 정부는 최근 2025년부터 중국산 흑연을 사용해 만든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던 기존 조치를 2027년으로 미뤘다.

중국이 전 세계 천연흑연의 60%, 인조흑연의 69%를 생산하는 만큼 제재를 유지하면 전기차 생산대수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도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천연흑연이 전체 97%에 달할 만큼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다수 배터리사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처 다변화 등에 집중하고 있다"며 "흑연 제재 유예는 배터리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시간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글로벌 전기차들의 신차 출시계획도 배터리 업계를 강타한 캐즘(대중화 직전 수요침체) 해소에 긍정적이다.
배터리 3사는 최근 1·4분기 실적설명회에서 "하반기 신차 출시가 대거 예정돼 있다"며 "시장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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