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노 알리' 선언할 용기 필요하다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7 18:24

수정 2024.05.07 18:24

정상희 생활경제부
정상희 생활경제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산 이머커스 플랫폼의 공세가 거세다. 초저가를 내세운 이들 플랫폼은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가격으로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거대자본을 배경 삼아 당장은 남지 않더라도 일단 사용자를 확보하는 전략에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다.

가격은 싸도 너무 싸다. 정품 가격이 1개당 5000~6000원대인 장식품이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20개에 1000원대에 팔리는 수준이다. 웬만한 공산품은 다 있는데 그 가격이 10분의 1 수준이니 몇 개는 품질불량이더라도 제대로 된 물건 하나만 건지면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 덕분에 알리와 테무 사용자 수는 최근 1년 만에 1500만명가량 늘어 국내 이커머스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는 쿠팡(3087만명)이지만 한 해 1000만명 이상 사용자가 오르는 속도를 유지하면 내년에 국내 이커머스 1위 자리를 중국 업체에 내줄 가능성도 있다.

값싼 물건을 사는 것은 철저히 소비자 선택이다. 문제는 이커머스 플랫폼뿐만 아니라 1만~2만원대 이하 저렴한 패션상품 등을 파는 중소 판매자까지 피해가 확산한다는 점이다. 한 양말업체 대표는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100% 면을 써 원가가 켤레당 300원이지만, 중국은 폴리합성 양말을 생산해 원가가 80~100원에 불과하다"며 "최저가 공세에 경영난을 겪는 업체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불공정한 경쟁이다. 한국 중소 판매자들의 수입품 판매나 병행수입은 수십~수백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KC인증을 받지 않으면 유통할 수 없다. 상품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등도 받는다. 그러나 중국산 직구상품은 KC인증을 받지 않고 유통되는 상품이 많고, 국내 판매자들처럼 별도의 부가세나 관세를 내지 않는다.


품질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달 서울시가 알리와 테무에서 파는 상품 중 일부에 대해 안전성 검사에 착수한 결과 유아동 관련 상품 22종 중 절반인 11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훌쩍 넘는 유해물질이 나왔다.


값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지만 싸다고 해서 위험하기까지 한 물건을 살 필요가 있을까. 그 소비가 당장 위험성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국내 산업생태계를 위협하고, 나아가 불필요한 소비로 환경오염까지 가속화시킨다면 옳을까. 여러 정당한 이유로 '노 알리'를 선언할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wonder@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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