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기업집단 동일인, 총수 아닌 핵심기업 지정해야"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9 18:19

수정 2024.05.09 18:19

한경협 기업집단 규제개선 보고서
"핵심기업 중심으로 범위 확정 가능
시대 변화 맞춰 친족 범위 축소돼야"
과거 경영권 승계의 수단이던 순환출자 관행이 해소되는 등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된 만큼 공정거래법상 각종 의무가 주어지는 대기업집단의 동일인 지정을 개인(총수)에서 법인으로 바꿔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9일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기업의 지배구조 자율성 확보를 위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 규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공정거래법의 기업집단 정의 방식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으로부터 시작해 범위를 획일적으로 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대규모기업집단 규제는 과거 창업주 개인이 순환출자형 또는 피라미드형 기업집단 형태로 운영하며 경영권을 승계했던 폐해를 억제하기 위해 설계됐다. 이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도입 등으로 기업의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강조되는 최근 흐름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 개선방안으로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핵심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을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실질적인 지주회사 구조를 갖고 있을 경우, 최상위 회사 등 핵심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의 범위를 충분히 획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시행령 개정에도 동일인관련자 중 친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것도 문제로 꼽았다.

동일인 관련자에 친족을 포함하는 것은 동일인이 그 친족들에게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최근 가족을 포함한 친족 간 유대 정도가 약해지고 있어 시대 변화에 맞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친족의 범위를 동일인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동일인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및 동거친족'에 한정하자고 주장했다.

사외이사가 지배하는 회사는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회사가 소속된 기업집단에서 조건 없이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는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회사가 소속된 기업집단 계열사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다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외이사가 경영하는 회사도 기업집단에 편입되는데, 이 때 기업에게 요건 충족 여부를 모두 확인하도록 해 실무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기업은 동종 또는 유사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공정위가 동일인에게 기업집단 자료 제출의무를 부과하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동일인이 수 많은 계열회사의 지정자료의 정합성을 검증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핵심기업에게 지정자료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절차적 의무 위반에 불과한 지정자료 제출 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도 과태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민권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