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AI가 만든 궁중악 '행악과 보허자' 내달 공연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26 09:38

수정 2025.02.26 09:38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2025 정악단 정기공연 '행악과 보허자-하늘과 땅의 걸음' 제작발표회에서 보허자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뉴스1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2025 정악단 정기공연 '행악과 보허자-하늘과 땅의 걸음' 제작발표회에서 보허자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뉴스1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내달 13~14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이는 정기공연 ‘행악과 보허자-하늘과 땅의 걸음’에서 AI가 가사를 쓴 궁중음악 '보허자(步虛子)'를 공개한다고 26일 밝혔다.

'보허자'는 주로 왕이 행차를 마치고 돌아온 뒤 베푸는 잔치에서 연주된 궁중 연례악의 하나로, 왕의 무병장수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허자는 글자 그대로 '허공을 걷는 자'라는 의미인데, 예전 신선들이 높은 직위의 상선을 알현하며 그의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모습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공연에서 AI를 활용해 보허자의 3장 가사를 창작했다. 원래는 1∼3악장 중 1장과 2장에만 가사가 붙어 있고 3장은 선율만 전해진다.

국악원은 정악을 외연적으로 확장하고 연례악의 웅장한 멋을 전하기 위해 가사를 창작했다고 설명했다.

AI의 가사 창작은 오픈AI의 챗GPT와 메타의 AI 모델 '라마'를 활용해 조선 효명세자의 한시 350편을 학습시키고 대조군으로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의 한시 100여편을 설정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박진형 아트플랫폼 유연 대표와 서울대 국악과 석·박사 등이 작업했다. 이렇게 창작된 가사를 70여명의 가객이 불러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번 공연은 왕이 궁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과정에 따라 곡을 구성했다. 궁을 나설 때 연주하는 '출궁악', 행차 중 연주하는 '행악', 궁으로 돌아올 때의 '환궁악', 환궁 이후 베푸는 연향(잔치)에서의 '연례악' 순서를 따른다.

정악단은 출궁악으로 15세기 궁중음악의 한 갈래인 '여민락만'을 들려준다.

행악으로는 궁중 연례악인 '취타'와 '대취타'를 연주한다. 본래 관악기 위주로 편성되는 취타에 향비파, 월금 등의 현악기를 더했다. 정악단의 고보석 거문고 수석과 이명하 가야금 수석이 현악기를 구성했다. 대취타에는 작은 징들을 나무틀에 매달아 연주하는 악기 '운라'를 편성했다. 이어 환궁악으로는 '여민락령'을 전통 그대로의 방식으로 연주한다. 환궁 후 연례악은 보허자를 들려준다.

국악원은 곡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스토리텔링 작업도 했다. 왕의 역할을 맡은 무용수가 등장하고 관악기 나발의 모습에서 백성의 한숨 소리를 떠올려 무대를 꾸미는 식이다.


김충한 무용단 예술감독은 "공연이 끊기지 않고 드라마 요소를 갖도록 했다"며 "어려운 시대를 지나고 있어 관객들이 공연을 보면서 우리가 바라는 군주는 어떤 모습일지 자연스럽게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