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서울 미분양 단지
"말도 안 되는 분양가에 수요자들은 언감생심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랑구의 한 미분양 단지 인근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이 동네 사람들한테 이런 분양가는 말도 안 된다"며 비싼 분양가를 미분양 원인으로 꼽았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12월 분양을 진행했지만 미분양되면서 잔여세대에 대한 계약이 진행 중이다. 역세권 브랜드 대단지로 800가구 규모다.
그는 "그나마 가격 부담이 적은 소형 평수만 계약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56㎡부터 167㎡까지 5억원대에서 18억원대다. 주변 시세 대비 높아 인근 수요자들에게 10억원 넘는 가격은 감당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그 때문에 신규 분양은 외지인이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드물지 않다. 높아진 공사비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해졌고, 이는 곧 미분양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올라간 공사비와 중대재해법 위험 부담 등까지 고려해 수익성을 담보하려면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 게 건설사들 현실"이라며 "이는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완판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수익성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다 보니 수요자와 건설사 사이에서 분양가를 둘러싼 '동상이몽'은 지속된다.
다음 날 찾은 서울 성북구 일대 재개발지역에서도 미분양 단지를 찾을 수 있었다. 해당 단지 역시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1200여가구 규모 브랜드 대단지다. 지난1월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아직 완판되지 않았다. 내후년 완공을 앞두고 있어 건물들은 상당부분 올라간 모습이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제 거의 계약은 된 것으로 알지만 아직 대형 평수는 남아있다"며 "시공사에서도 잔여세대가 얼마인지 말을 아끼고 있어 알기 힘들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미분양이 얼마나 남았는지 영업비밀로 하고 있어 민감하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단지에 대한 사업성을 두고 예민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준공까지 3~4년이 남은 경우 공사를 계속 진행하면서 분양 추이를 본다"며 "입주가 임박해지면 미분양 세대에 대한 할인분양 등을 시작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준공까지는 미분양이 나더라도 최대한 수익성을 고려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미분양의 악순환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 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근 두달째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1만3948가구에서 11월 1만4494로 증가한 데 이어 12월에는 1만6997가구로 크게 늘었다. 올해 1월에는 더 늘어 1만9748가구에 달하고 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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