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6년 변호사 생활 후 다시 입은 법복…당사자가 재판 승복하도록 이끌 것" [인터뷰]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03 19:18

수정 2025.03.03 19:18

이종우 판사
올 첫 도입된 형사전담법관 임명
사소한 사건도 당사자엔 큰 문제
신뢰 얻도록 신중히 판결 내릴 것
이종우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전담법관이 지난달 28일 본인의 사무실에서 전담법관으로서 다짐을 말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이종우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전담법관이 지난달 28일 본인의 사무실에서 전담법관으로서 다짐을 말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변호사 경력이 있으니, 재판 진행 중 어떤 부분에서 불만이 생기는지 확실히 보이더라고요. 절차적인 부분부터 신뢰 확보를 신경써보려고 합니다."

22년간 법정을 지휘했던 판사가 잠시 걸쳤던 변호사 사복을 벗어놓고 법원으로 돌아왔다. 이종우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전담법관(57·사법연수원 26기)은 법관과 변호인의 역할을 모두 경험한 후 재판 진행에서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더욱 절감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다시 법관 업무를 시작한 이 판사는 이달부터 맡게 될 사건에서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재판 진행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담법관제는 오랜 경력을 가진 전직 판사를 국민 생활과 밀접한 재판에 다시 배치하는 제도다.

지난 2013년 시행 이래 올해 처음으로 형사 분야에도 도입됐다.

이 판사는 함께 임용된 형사전담법관 3명 중에서도 베테랑으로 꼽힌다. 1997년 수원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후 서울중앙지법,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특허법원, 춘천지법 강릉지원 부장판사, 춘천지법 강릉지원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2019년 법무법인 세종으로 자리를 옮겨 변호사로 활동했으니, 6년 만에 친정인 법원에 복귀한 셈이다. 이 판사는 이런 변호사 경력이 판결의 수용성을 높이고 재판 지연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사건이 어떤 경위로 발생하고 진행되는지, 소송 당사자들이 법원을 불신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며 "이런 경험을 살려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고 법률서비스 수요자인 국민 입장에서 더 나은 재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형사단독 전담법관은 약식명령인 벌금형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사건을 주로 맡는다. 따라서 당사자들의 불만이 클 가능성이 있다. 성범죄, 폭행·상해,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전자상거래 사기 등 사건 유형이 다양하며 다수의 증인 신청이 이뤄질 경우 재판이 장기화될 수 있다.

이 판사는 "사건들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인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문제"라며 "법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약식명령 사건 중에는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도 있어 판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판사는 '충분히 듣는 재판'을 통해 당사자의 승복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 없는 주장이라도 충분히 기회를 주면 할 일을 다 했다는 만족감을 느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전담법관제가 고질적인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이 판사는 내다봤다. 재판 승복도가 올라가면 2·3심으로 상소하는 비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그는 "재판장 입장에서는 쟁점과 관련이 없으면 발언을 제한할 수도 있으나, (당사자 입장에선)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며 "승복률이 높아져 상소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재판 지연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