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쇼핑 곳곳 파고든 AI, 이커머스 판 뒤흔든다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24 18:10

수정 2025.03.24 18:10

빠른 배송만으론 차별화 어려워
쇼핑 플랫폼들 AI 도입 속도전
수요 예측·상품 추천 등에 활용
"AI 서비스가 기업 생사 가를것"
#.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제주도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 기반 물류센터가 있다. 200억원을 투자한 제주 물류센터는 AI를 기반으로 고객의 주문을 예측해 인기 상품을 미리 보관하는 방식으로 즉시 배송의 인프라를 완성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AI를 중심으로 또 한번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 이커머스가 '더 싼 가격'에 집중해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의 우위를 선점한 이후 빠르고 정확한 배송으로 또 한번 편의성을 강화한 당일배송, 주7일 배송이 일상화됐다.

이커머스는 AI를 전면에 내세워 사용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고, 제품의 리뷰까지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요약해 제시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하고 있다.

물류 측면에서도 AI기술을 적극 활용해 더욱 신속한 배송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지난 12일 AI쇼핑앱을 새로 출시하며 이커머스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를 AI로 옮겨놨다.

자체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화 상품 추천 기술을 탑재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은 방대한 상품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의 선호도, 과거 구매 이력, 맥락 및 의도 등의 정보와 결합시킨다. 이를 통해 개별 이용자에게 관심이 갈 만한 상품을 우선 추천하고 구매 결정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혜택을 제안한다. 이용자 입장에선 AI의 추천을 받아 자신이 원하는 상품, 흥미를 느낄 만한 상품을 손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고, 판매자 입장에선 불특정 다수가 아닌 구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용자를 타깃팅해 이른바 '단골 테크'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네이버는 AI 추천과 매칭 기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SSG닷컴도 AI 활용한 개인화 추천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AI가 고객의 구매 이력, 검색 이력, 클릭 이력 등을 통해 관심사를 추출, 개인별 취향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고 구매 확률이 높은 상품을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국내 이커머스 최초로 GPT 모델을 활용한 리뷰 요약 기능을 도입하기도 했다. 고객은 상품의 주요 장점과 특징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도 사용자 및 판매자 측면 보단 물류 프로세스 부문에서 AI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지난 2월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로보틱스 네트워크와 AI를 통해 수조 건 이상의 주문 예측을 매일 수행하고 있으며, 이는 다음 혁신의 물결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문 예측에 AI 기능을 적극 활용해 더 높은 성장률과 수익성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풀필먼트 물류 프로세스를 재설계한 결과 비용을 16%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AI 커머스 시대를 시작으로 향후 AI 구매, AI 마케팅, AI 배송, AI 결제 등 완전히 새로운 이커머스 쇼핑 문법 만들어질 것"이라며 "빠른 사업구조 변화와 기술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기존 유통 사업자들이 위기에 처했던 과거를 돌아보면, AI기술 접목의 속도가 이커머스 업체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