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학교폭력 관련 재판에 연달아 출석하지 않아 패소 판결을 받게 만든 권경애 변호사가 언론 보도를 이유로 피해자 유족에게 주기로 했던 위자료 지급을 거부했다.
학폭 피해자 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씨는 지난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통해 황당한 심정을 토로했다.
권 변호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3년 동안 매년 3000만원씩, 모두 9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각서를 써서 피해자 유족에게 건넨 바 있다.
이씨는 "제가 지금 각서를 들고 있는데 그대로 읽어보겠다"며 "'각서 이기철 님 귀하. 이기철 님의 박주원 사건과 관련한 본인의 책임에 대하여 (기일 2회 불출석으로 항소 취하) 2023년 말까지 3000만 원, 2024년 말까지 3000만 원, 2025년 말까지 3000만 원을 지급합니다. 2023년 3월 31일 권경애 변호사' 이게 다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3월 31일에 만났을 때 불출석으로 소가 취하됐다고 해서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 이 학폭 소송은 어떻게 구제받아야 하냐 계속 물었는데 대답을 못 하더라"며 "그래서 그럼 글로 써라 이랬더니 쓴 게 이것이다. (권 변호사가) 스스로 자기 마음대로 기일도 정하고 날짜 정해서 이렇게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3일 권 변호사는 법원에 "유족에게 써준 9000만 원 각서 내용을 지킬 수 없다"는 답변서를 냈다. 각서는 자신의 잘못이 확산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 약정이었다는 게 그 이유다.
권 변호사의 과실이 보도됐기 때문에 약정도 무효라는 논리다. 권 변호사 측은 또 "각서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정신적 손해배상인 위자료와 중복되기 때문에 별도로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각서가 기사화하지 않는 조건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은 지난 15일 오전 "권 변호사가 당시 유족에게 그런 조건이 결부됐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고, 각서에도 해당 조건을 찾아볼 수 없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재판부에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권 변호사가 이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은 위자료와 중복된다는 권 변호사 측 주장에 대해서는 "중복된다면 위자료 액수는 최소한 각서에 기재된 9000만원 이상의 금액이어야 합당하다"고 했다.
한편, 권 변호사는 2015년 극단적 선택한 학폭 피해자 박주원양의 유족이 가해 학생 부모와 서울시교육청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을 대리해 2016년부터 소송 업무를 수행했다.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했으나 권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에 3차례 불출석하면서 2022년 12월 원고 패소로 재판 결과가 뒤집혔다. 민사소송법 제268조에 따르면 당사자가 2차례 변론기일에 나오지 않고, 1개월 이내에 기일지정신청도 하지 않았다면 재판부는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후 권 변호사는 패소 사실을 5개월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뒤늦게 이를 안 유족은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 해미르를 상대로 2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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