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23구 맨션 2년 연속 평균 분양가 1억엔 돌파, 투자 수요 집중
작년 30~40대 9500명 순유출, 학령기 자녀 둔 세대 외곽 이전 가속
신주쿠구, 대규모 공동주택에 육아지원시설 설치 의무화
나카노구, 12가구 이상 맨션에 배리어프리 설계 도입
고령화·실수요 대응 위해 양보다 질 중심의 정책 전환
작년 30~40대 9500명 순유출, 학령기 자녀 둔 세대 외곽 이전 가속
신주쿠구, 대규모 공동주택에 육아지원시설 설치 의무화
나카노구, 12가구 이상 맨션에 배리어프리 설계 도입
고령화·실수요 대응 위해 양보다 질 중심의 정책 전환
【도쿄=김경민 특파원】 도쿄 23개 자치구에서 실수요자 중심의 주거 정책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투자 목적의 맨션(공동주택) 수요가 집중되면서 분양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자녀를 둔 30~40대 세대는 도심을 빠져나가고 있다. 가족 단위의 이탈을 막기 위해 도심 내 주거의 질을 높이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26일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도 도쿄 23구 내 신축 맨션 평균 분양가는 2년 연속 1억엔(약 9억5800만원)을 넘어섰다. 주거 실수요자보다 투자 목적 수요가 주를 이루며 가격을 끌어올린 결과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도쿄 도심에서 자녀를 둔 세대의 이탈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의 주민기본대장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도쿄 23구는 20대의 순유입 인구가 약 8만7500명으로 두드러졌지만, 30~40대는 9500명가량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보육 환경이나 교육 여건, 공간 제약 등으로 인해 학령기 자녀를 둔 가정이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자치구는 양보다 질에 방점을 찍은 주거환경 개선 정책을 내놓고 있다. 신주쿠구는 100가구 이상 대규모 맨션을 건설하는 시행사에 대해 구청과 사전협의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준비 중이다. 향후 초·중학생 수 증가나 보육 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시행사에는 관련 인프라 설치가 요청된다. 이밖에도 불법 주차 방지를 위한 주차공간 확보, 재해 시 재택 피난에 대비한 비축창고 설치 등도 사전협의 항목으로 포함될 예정이다. 해당 조례는 2026년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접한 나카노구도 공동주택의 물리적 설계 기준을 바꾸는 조례 개정안을 6월 구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3층 이상, 12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출입구와 복도의 폭을 80㎝ 이상으로 설계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규정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령자·장애인의 이동 편의성을 높여 누구나 살기 좋은 맨션을 지향하겠다는 목표다.
이처럼 도쿄 도심에서 실수요자 중심의 주거 정책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주택 공급 확대만으로는 도심 공동화나 인구 유출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가족 단위 가구와 고령 인구를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도쿄 도심 일부 지역에서는 고가 주택을 외국인이나 법인이 사들인 뒤 실거주 없이 공실로 방치하는 사례가 많다. 주거지 기능이 약화되며 지역 공동체 기반도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닛케이는 "거주자의 정착률을 끌어올리고 장기 거주를 유도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가 도쿄 도시 정책의 새 과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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