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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베트남 리스크·기회 공존… 섣부른 도전 안돼"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10 18:14

수정 2025.06.10 18:14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
법인장 혼자 보내면 100% 실패
직접 조직 운영 시스템 세팅해야
현지 스타트업 투자전문가 조언
표준계약서 없어 법무팀은 필수
K브랜드 인기 리테일 기업 주목
[fn 이사람] "베트남 리스크·기회 공존… 섣부른 도전 안돼"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기자】 "베트남은 그리 쉬운 시장이 아니다. 한국에서 법인장 한 사람만 달랑 보내는 방식으로는 100% 망한다. 창업자가 직접 와서 사람을 뽑고, 조직 세팅하고, 시스템이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까지 최소 1년은 필요하다."

베트남 스타트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사진)의 첫마디다.

김 대표는 7년 전인 2018년부터 하노이와 호찌민에서 한달 살기로 거주하며 베트남 창업시장을 면밀히 관찰해오면서 2019년부터 현지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가지고 한국인 창업자가 직접 베트남으로 와 상주하며 사업에 나선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투자에 나섰다.

더인벤션랩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 약 15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중고 오토바이 플랫폼 '오케이쎄(OKXE)', 숙박 예약서비스 '고투조이(Go2Joy)', 커머스 플랫폼 '고미(GOMI)' 등이 있다. 김 대표는 10일 "초창기 투자 기업들이 지금까지 한곳도 문 닫지 않고 잘 운영되고 있다"면서 "고투조이와 오케이쎄는 시리즈 B에 진입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현재는 공격적 신규 투자보다 기존 기업들의 성장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4년 설립된 더인벤션랩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기반의 초기 스타트업 투자전문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다.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유망기술을 보유한 창업팀을 발굴, 성장을 돕고 대기업과 합자조합을 조성해 시드투자한 후 성장단계에 따라 후속투자도 진행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다른 액셀러레이터와 차별점은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자타 공인 베트남 시장 전문가인 김 대표는 베트남이 창업이 쉽지 않은 곳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에 대해 "베트남은 창업자가 조직을 1~2년간 직접 꾸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절대로 쉽게 봐선 안 되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베트남 시장에 대해 "표준계약서가 없어 계약마다 법무팀을 붙여야 하고, 모든 일이 시간도 오래 걸린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시장은 리스크도 크지만 동시에 너무 매력적인 곳이라는 것이다. 베트남의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정보기술(IT) 인프라, 한국 브랜드 선호도 등을 투자 매력으로 꼽았다.

최근 김 대표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있어서 리테일 브랜드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더인벤션랩은 기술 기반 플랫폼을 넘어 리테일 브랜드로 투자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은 이제 건강기능식품, 식음료(F&B), K코스메틱, K패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김 대표는 베트남을 넘어서 말레이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말레이시아 리테일 대기업 '선웨이그룹'과 협약을 맺고, 유망 기술 스타트업을 소개해 사업검증(PoC)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성공하면 싱가포르로 테스트베드를 옮겨 동남아 전역으로 확장하는 모델을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rejune111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