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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에서 경쟁자로… 韓 "日을 반면교사 삼아 저성장 극복" [한일수교 60년]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19 18:57

수정 2025.06.19 18:57

경제분야
韓 작년 1인당 국민소득 日 추월
GDP격차도 30배서 3배로 줄어
저출산고령화가 성장 발목 잡아
중장기 성장잠재력 높여 나가야
추격자에서 경쟁자로… 韓 "日을 반면교사 삼아 저성장 극복" [한일수교 60년]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이후 60년은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의 시기였다. 정치와 외교 관계는 소원하거나 갈등을 빚는 경우도 많았지만, 경제·산업 협력만큼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이 60년은 또한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 발전해 간 '추격자'에서 '경쟁자'로 전환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일본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일 협력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나고 있는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일 60년…'비교불가→비교대상'

19일 정부에 따르면 1965년과 현재의 양국은 경제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비교 가능하다. 한일 수교가 이뤄진 1965년 세계은행(WB) 기준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909억5028만달러, 한국은 30억1761만달러였다. 30배 차이가 넘는다. 2023년 WB 자료 기준으로 양국 격차는 3배 이내로 줄었다. 한국의 GDP는 약 1조7000억달러, 일본은 약 4조2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3만6624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은 3만4500달러였다. 20여년 전인 1990년대 일본의 1인당 GNI는 3만~4만달러였고, 한국은 1만달러 안팎으로 3분의 1 수준이었다. 국민소득은 한국이 일본을 추월한 것이다.

양국 간 경제적 격차 축소는 한국의 경제·산업 정책이 성공했다는 의미다. 수출 중심의 산업화, 정보통신기술 확산 등을 바탕으로 일본을 추격하고 격차를 좁힌 결과물이 경제지표로 확인돼서다.

■일본 닮아가는 한국

일본 경제의 '추격자'로 여겨지던 한국이 1인당 GNI 등에서 대등한 위치로 올라섰다곤 하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본이 1990년대 초 버블경제 붕괴 이후 빠져들었던 '잃어버린 30년'동안 한국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추격에 성공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장기침체는 이제 한국의 문제가 될 여지도 상당하다. 우선 인구문제가 경제 전반의 발목을 잡을 요인이다. 일본보다 빠른 고령화가 진행돼 인구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는 2000년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생산연령인구(20~64세)가 저성장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일본화 지수를 이용한 주요국 장기 저성장 리스크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성장률은 평균 -0.9%였다. 같은 기간 일본은 -0.5%였다.

분석 기간을 늘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생산연령인구 평균은 한국은 0.1%, 일본은 -0.6%였다. 2005년에서 2014년까지 한국은 0.8%, 일본은 -0.9%였다. 한국은 생산인구가 계속 줄어들어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반면 일본의 감소세는 여전하지만 폭은 줄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국민경제 전체적인 총노동투입량을 감소시킨다. 이어 중장기 경제성장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해 장기 저성장 리스크를 증대시킨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일본 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간부채 비율은 2023년 기준 GDP 대비 207.4%로, 일본 버블기 최고치(214.2%)에 근접했고 과도한 자산시장 연계대출은 자원배분 왜곡과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은도 예정처와 마찬가지로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릴 요인으로 꼽았다.

■저성장 피할 해법은

한은 보고서의 핵심은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과거 일본이 인구문제에 제때 대응했다면 2010~2024년 성장률이 평균 0.6%p 상승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도 구조개혁에 성공하면 2040년대 후반 0.6%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이는 잠재성장률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경제·산업 정책 측면에서 일본이 '잃어버린 30년' 동안 반도체,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과정을 잘 살펴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지방소멸 대응책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회 예정처 김경수 경제분석관은 "일본은 저금리·저물가·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금융 정책을 숱하게 폈지만 생산연령인구 감소, 잠재성장률 하락 등을 극복하진 못했다"며 "한국은 이를 교훈 삼아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여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