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역균형 발전을 논할 때는 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혹은 '도시와 시골' 간의 발전격차 측면에서 접근한다.
지금까지 정부의 섬 발전정책을 들여다보면 크게 두 가지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하나는 연륙교 등을 통해 육지와 섬 간의 '단절'을 소거(掃去)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양자 간의 발전격차가 바다에 의한 단절에서 온 것임을 감안해 볼 때 단절을 없애는 것, 즉 섬을 육지화하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섬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묻지마식 연륙사업은 자칫 섬을 육지의 시골지역과 같은 또 하나의 육지 변방만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섬 개발이 관련 기관별로 각자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연륙교는 국토교통부가, 어촌체험마을 조성은 해양수산부가, 상수도 확충은 행정안전부가, 트레킹코스 조성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다. 이런 체제에서는 섬이 개발대상으로 전락한다. 우리나라 최상위 섬 발전계획인 '도서종합발전계획(섬종합 발전계획)' 속에는 섬별 발전계획이 담겨 있지 않다. 그 대신 사업유형별 추진계획이 자리 잡고 있다 "'25년 교통개선 사업 대상은 A와 B섬이다, 관광활성화 사업 대상은 갑과 을 섬이다" 식으로 말이다. 개별 섬들의 미래 발전 모습은 그려져 있지 않다. 막연히 섬 전체를 육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향만 나와 있다. 이런 식으로는 섬이 육지의 시골지역을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그 이상을 넘기가 어렵다.
섬이 정주지로서 혹은 관광지로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섬이라는 정체성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그 섬에 내재된 특장(特長)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발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개별 섬들이 발전계획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먼저 섬별로 각자의 발전 청사진을 세워야 한다. 그런 다음 여기에 맞게 부처별 사업계획이 들어와야 한다. 이런 정책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행 섬 발전 정책에 관한 거버넌스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섬을 관할하는 자치단체에 소관 섬을 어떤 모습으로 발전시킬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게 하고, 섬 관리를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에게는 부처 사업계획을 그냥 편집하는 차원을 넘어 조정할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부처가 하고 싶은 사업이 아니라 그 섬의 청사진에 맞는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오는 8월 8일은 여섯 번째 섬의 날이다. 매번 새로운 정책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주권 정부가 맞는 첫 번째 섬의 날인 만큼 종전과 다른 비전을 들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이재영 전 행정안전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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