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베네치아서 결혼식, 세금 더 내"…베이조스 '초호화 결혼식'에 반대 목소리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6.24 15:25

수정 2025.06.24 15:25

시민은 물론 국제단체들 동참…"억만장자가 멋대로 도시 임대해선 안 돼"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영국 저항단체 ‘모두가 일론 머스크를 싫어해’가 23일(현지시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펼친 대형 현수막. /사진=그린피스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영국 저항단체 ‘모두가 일론 머스크를 싫어해’가 23일(현지시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펼친 대형 현수막. /사진=그린피스

[파이낸셜뉴스] "결혼식을 위해 베네치아를 빌릴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도 돼요."

지난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얼굴이 들어간 대형 현수막에는 이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CNN, 버라이어티 등 외신은 베이조스의 초호화 결혼식이 열리는 베네치아에서 그의 결혼식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단체들까지 가세했다고 전했다.

현수막은 이날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영국 정치 저항 단체 ‘모두가 일론 머스크를 증오한다(Everyone Hates Elon)’가 설치했고 경찰이 곧바로 출동해 수거했다.

두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베이조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사람이면서도 1.1%의 실질 세율을 납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사흘간 진행되는 그의 결혼식은 수백만 달러를 들여 진행되며 결혼반지 하나만 해도 500만 달러(약 68억 2350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베이조스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경제·사회 시스템 붕괴의 상징"이라며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한쪽에는 지구를 파괴하는 억만장자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그 피해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일반 시민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 참가자 중 한 명인 시모나 아바테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결혼식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며 “우리는 한 명의 억만장자가 자기 마음대로 도시를 임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이조스와 언론인 출신 약혼녀 로런 산체스는 오는 26일부터 사흘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네치아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결혼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한 200여명의 손님과 영화, 패션, 비즈니스계 수많은 스타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조스는 하객들을 위해 베네치아의 수상 택시 대부분을 예약했고 그리티 팰리스, 다니엘리, 벨몬드 호텔 치프리아니 등 베네치아 최고급 호텔도 최소 4곳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조스가 사실상 도시 전체를 빌려 결혼식을 치른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시민단체는 물론 주민들까지 반발했다.
지난주부터 약 12개의 현지 시민단체는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라고 쓰인 현수막을 베네치아의 대표적 건축물인 리알토 다리에 내걸거나 시내 곳곳에 반대 포스터를 부착하기도 했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과 루카 자이아 주지사는 "'세기의 결혼식'이라 불리는 이 결혼식을 지지하며 베이조스의 결혼식을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이 축하 행사가 지역 사업에 2000만~3000만 유로(316억 7560만~474억 9450만원)의 수익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자이아 주지사는 또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이 도시는 하루 15만명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도시"라며 "조지 클루니, 프랑수아 앙리 피노, 살마 헤이엑, 알렉상드르 아르노, 엘튼 존을 비롯한 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곳에서 결혼했다"고 설명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