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주 교사가 전하는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
나는 휠체어를 타는 뇌병변 장애인이다. 몸은 자유롭지 않지만, 상상은 언제나 나를 먼 곳으로 데려갔다.
고등학교 시절, 큰 수술을 받았다. 학교보다는 병원 침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고, 교실 복도의 소란함,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멀어질수록 아쉬운 마음은 깊어졌다. 시간이 흘러 졸업을 앞두고도 마음이 허전했다. '이제는 정말 학교에 있을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떠나야 할 그 자리를 되레 지키고 싶어졌다. 그래서 결국 나는 교사가 되었다.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은 조금 다르게 그려봤다. 다른 방식의 치유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사진 전공자 이윤은 자신의 세계에서 도망쳐 카페 알바로 살아가게 된다. 그는 단골손님들의 상처에 관심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까지도 회복해 나간다. 결국 나에게 '학교'가 이윤에게는 '단골손님'의 관계에서 치유를 얻게 된다.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당연한 일상일 수 있는 타인과의 교류가,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 역시 몸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았기에, 관계를 맺는 방식에 더욱 세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불편함은 더 많은 것을 들여다보게 했다. 조용한 목소리를 듣는 법을, 나는 오랜 시간 천천히 배워왔다.
주인공 '이윤'은 먼저 묻지 않는다. 대신 침묵과 망설임 속에서 작은 징후들을 읽어낸다. 문제를 해결하려 들기보다, 그들이 정말로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인다. 그리고 천천히, 말없이 공감하는 태도로 다가간다.
나는 자유롭게 거리를 누비진 못했지만,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마주하는 법을 배워왔다.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 지점이었다. 물리적 조건이 아니라, 마음의 태도가 우리를 관계의 세계로 데려다준다는 것.
'두잇커피, 마음을 내립니다'는 그런 나의 소박한 진심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커피숍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깊은 관계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주인공을 떠올려보자. "이윤을 봤다"라는 말이 더는 이득을 얻었다는 의미를 넘어서지 않았나. 우리 모두 이윤의 이야기 속에서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사람이든 삶이든 우리는 늘 알 수가 없는 것이지 어떻게 흘러갈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지 않는가.
곽현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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