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약협회 "韓 약값, 공정한 시장 가치보다 낮게 책정돼"
美측 '무임승차론'의 맹점…국가별 의료 시스템 차이 감안해야
美측 '무임승차론'의 맹점…국가별 의료 시스템 차이 감안해야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부여한 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오는 8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이 의약품 가격을 들고 나왔다.
30일(현지 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 제약협회(PhRMA)는 지난달 27일 의견서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혁신 의약품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특히 한국의 약값이 공정한 시장 가치보다 낮게 책정되고 있으며, 건강보험 적용까지 지나치게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치도록 해 신약 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미국 내 약값 인하와 산업 경쟁력을 위해 제약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은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미 무역대표부가 협회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결국 상대국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으면서 상대국에 대해 미국산 의약품에 대한 더 높은 가격 지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특히 유럽의 핵심 산업인 의약품을 품목관세 대상으로 표적 삼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역시 의약품 대상으로 한 트럼프의 '칼바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외국이 약값을 낮게 유지하면서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미국 측 주장에는 잘못된 점들이 적지 않다.
우선 미국은 민간보험 중심 구조이기 때문에 보험이 없는 환자가 고가의 약값을 그대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금액이 통계에 반영돼 표시가격 기준으로는 미국의 약값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 한국은 건강보험공단이 약값을 일괄 협상해 공식 약값 자체는 낮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와 공공기관이 부담하는 금액(보험공단의 부담금+본인부담금)은 반드시 '저렴하다'고만 할 수 없다.
쉽게 말해 표시 약값 기준이 아닌 실제 부담 기준으로 보면 한국과 미국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미국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외국이 일방적으로 약값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는 '무임승차론'은 각국의 의료 시스템 차이를 감안할 때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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