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가 최근 패션쇼에서 T자 스트랩 샌들을 선보인 가운데 인도 현지에서 자국 문화가 도용당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프라다 패션쇼에서 프라다는 T자 스트랩 샌들을 선보였다.
이를 본 인도인들은 T자 스트랩 샌들이 인도의 전통 수제 가죽 신발인 '콜라푸리 차팔'과 흡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콜라푸리 차팔은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의 콜라푸르 지역 이름을 딴 신발로, 밑창이 육포처럼 납작한 수공예 샌들이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으며, 인도인들은 프라다가 자국의 전통 디자인과 문화를 도용했다고 비난했다.
인도에서 여론이 들끓자 마하라슈트라주 상공회의소는 프라다 측에 항의 서한을 보냈고, 프라다 측은 패션쇼에서 선보인 제품이 콜라푸리 샌들에서 영감을 받은 게 맞다고 해명했다.
프라다 그룹은 성명을 통해 "인도 마하라슈트라와 카르나타카의 특정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인도 전통 신발에서 영감을 받은 샌들을 밀라노에서 열린 남성 2026 봄여름(S/S) 시즌 쇼에서 선보였다"며 "인도 현지 장인 공동체와 의미 있는 교류를 위해 대화를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마하라슈트라주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 내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프라다가 샌들을 팔아 이득을 얻고 인도 내 콜라푸리 업계가 배제당하는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인도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도의 패션 칼럼니스트인 카니카 갈로는 "프라다가 이 신발에 대해 어떤 상업적 계획을 가졌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인도인들이 느끼는)분노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지식재산권 변호사 수방 나이르는 "콜라푸리 차팔이 '지리적 표시'(GI)로 보호된다"고 지적했다.
지리적 표시는 상품에 특정 지리적 원산지가 존재하고, 그 원산지에서 상품의 품질과 특성이 비롯되는 경우에 붙는 표시를 일컫는다.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 2019년 콜라푸리 차팔을 GI 적용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한편 인도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라그하벤드라 라토르는 "우리는 매우 민감한 사회가 됐다. 한 켤레에 1000~3000루피(약 1만5000~4만7000원)밖에 안 되는 소박한 콜라푸리 샌들이 국제 무대에 등장한 것은 분노보다는 축하를 받아야 할 일"이라고 지적하며 지나친 민족주의가 투영돼 있다고 주장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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