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여야 모두 농축산물 시장 개방 반대..李정부 고심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7.18 15:48

수정 2025.07.18 15:47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4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4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된 모습. 사진=뉴스1
서울 한 대형마트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된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협상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카드로 활용할 방침으로 알려지자, 여야 모두 반대에 나섰다. 지방 표심과 직결되는 ‘농심(農心)’을 고려해서다.

먼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 측이 요구하는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해 ‘전략적 판단’을 언급한 데 대해 “농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산) 사과 같은 과일과 소고기 수입이 확대되면 국내 농축산물 경쟁력이 위축된다”고 우려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관세협상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농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며 “농민의 생존권을 지켜내겠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조차도 농축산물 개방에는 반대하는 분위기이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미국은 쌀과 소고기의 수입 규제 완화, 유전자변형작물(GMO) 수입 허용 등 시장 개방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과거처럼 힘과 동맹의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시대는 지났다. 줏대 있는 협상에 임하라”라면서 쉽게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민주당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들이 지난 15일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한미 통상협상 과정에서 농업은 결코 교환할 수 있는 협상 수단이 아니다”며 “소고기 수입 요건 완화와 쌀 시장 추가 개방, GMO 수입 확대, 검역 기준 완화 등은 식량주권과 국민건강에 직결된 주요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농해수위 소속 임미애 의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에서 “미국산 소고기가 30개월령이 넘게 되면 분쇄육으로 오게 되는데, 무엇이 섞일지 알 수가 없다”며 “농가 문제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쇄육에 섞인 부산물을 처리할 시설과 절차가 잘 정비돼있지 않다. 국민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농축산물 개방을 시사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국회에 불러내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여 본부장이 관세협상을 위한 방미 일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농축산물 개방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당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반대에 이재명 정부로서는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3월 발간된 무역대표부(USTR)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부터 강하게 요구해온 사안이 농축산물 개방이라서다.
미 측의 압박과 국내 반발 사이에 끼게 된 것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