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15일, 2025 동아시안컵 최종전, 중국과 홍콩의 일전은 단순한 축구 경기를 넘어선 격랑의 정치 싸움터였다. 0대1로 홍콩이 무릎 꿇자, 폭발한 건 다름 아닌 홍콩의 공격수 마이클 우데불루조였다.
나이지리아계 홍콩인인 그는 메가폰을 든 채 홍콩 팬들에게는 감사를 전하고, 이내 중국 팬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나쁜 놈들!"이라는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그의 외침에 홍콩 팬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우리가 홍콩이다!"를 외치며 환호했다.
이 아찔한 장면은 삽시간에 중국 소셜 미디어를 뒤덮었고, 분노한 중국 네티즌들의 맹공이 시작됐다.
그는 "독일 생활 경험으로 인한 실수"였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으며, "앞으로 1년 치 연봉의 20~25%를 축구 꿈나무들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뜬금없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그의 어설픈 사과는 끓어오르는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비난 여론은 식을 줄 몰랐고, 결국 그가 소속된 중국 구단 쑤저우둥우가 칼을 빼 들었다. 쑤저우둥우 측은 "구단과 국가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2026년 말까지였던 계약을 전격 해지하는 '철퇴'를 내렸다.
최근 몇 년간 중국과 홍콩 사이에 누적된 정치·사회적 갈등은 스포츠 경기에서 종종 불꽃 튀는 대립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우데불루조의 '욕설 방출' 사건은 이러한 민감한 관계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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