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강도 모두 증가...法 "과로·스트레스로 인한 사망"
[파이낸셜뉴스]업무보고서 양식 변경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져 과로로 사망한 소방관리사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지난 4월 25일 고(故) A씨의 배우자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소방관리사로 근무하다 2021년 4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심장사'로 추정됐다.
B씨는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지만, 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2022년 12월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A씨의 사망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A씨가 법률상 기준에 미치지는 않더라도 당시 변경된 근무상황과 과로 정황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 전 1주간 업무시간은 12주간 평균 업무시간보다 21%가량 증가했는바,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단기적 과로 기준(업무량 30% 증가)에 약간 미달하는 정도로 업무량이 확연히 증가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A씨는 평소에도 출장 점검을 마친 후 사무실로 복귀해 추가로 2시간가량 서류 업무를 한 후 오후 8시 정도에 퇴근했고 야근이 매우 잦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의 실제 업무시간은 피고가 산정한 것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특히 B씨의 업무 강도가 높아진 점도 강조됐다. 재판부는 "2021년 4월 소방 관련 법령이 개정돼 망인이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가 '소방시설 등 자체점검 실시 결과 보고서'로 변경되면서 점검 항목과 작성 항목이 모두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의 근무 환경 변화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도, 유의미할 정도로 망인의 업무적인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같은 사업장에서 기존에 근무하던 두 명의 소방관리사 역시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 퇴사했고, 이로 인해 A씨에게 업무가 집중됐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 또 A씨가 사망 전날 업체 대표와 주말 출장 업무를 두고 언쟁을 벌였던 정황 등을 볼 때, 해당 추가 근무는 정신적으로 큰 부담이 될 만큼 이례적인 상황이었다고 봤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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