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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배전망 공사 최대 10년 지연… ‘전력 병목’에 발목잡힌 韓AI [계획은 있지만, 전기가 없다 (上)]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03 18:23

수정 2025.08.03 21:05

데이터센터 ‘전력난 경고등’
환경단체·주민 반대로 잇단 지연
재생에너지 등 수십조 손실 발생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전기를 실어나르는 송배전망 공사가 평균 5~6년, 길게는 10년 이상 지연되며 경제 전반에 '전력 병목' 경고등이 켜졌다. 송배전망 건설 지연은 화석연료, 원자력, 재생에너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며 수십조원에 달하는 산업적·사회적 비용은 물론 AI 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3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였던 글로벌 전력 수요는 2030년 1050TWh로 8년 만에 128%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부터 2030년까지 총 732개의 데이터센터가 건설되고, 이에 따라 49.4GW 규모의 전력 계약이 필요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송배전망 건설이 현장에서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해안신가평 HVDC 선로'와 '신시흥신송도 송전선로'는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의 반대로 당초 계획보다 66개월 지연됐고, 서해안 발전소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북당진~신탕정(345㎸) 송전선로는 무려 150개월 지연됐다. 이런 지연의 배경에는 △거센 주민 반대 △관계기관의 의견 회신 지연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비협조 등이 지적되고 있다.

전력망 지연은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2018~2023년 송전망 부족으로 약 10조5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신한울2호기)·석탄(강릉안인·삼척)도 출력제한을 겪어 연간 수천억원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고성능 반도체·액체 냉각 등 AI 인프라의 전력 집약도는 기존 정보기술(IT)과 차원이 달라 전력망 병목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AI 생태계의 성장 자체가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송전망 건설 지연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결국 미래 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송전망 특별법과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해 전력망이 안정적으로 구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