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후반 20분 교체되어 나오자마자 오열
동료들, 손흥민 헹가레.. 선수들, 2열로 도열해 박수
한국 팬들 앞에서 역사에 남을 마지막 경기
이제는 북중미 월드컵 향해 달린다
동료들, 손흥민 헹가레.. 선수들, 2열로 도열해 박수
한국 팬들 앞에서 역사에 남을 마지막 경기
이제는 북중미 월드컵 향해 달린다
[파이낸셜뉴스] 손흥민(33)은 끝내 참지 못했다. 10년을 바친 토트넘 홋스퍼와의 이별 앞에서, 그는 벤치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3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비와 눈물이 뒤섞인 이별의 무대가 됐다. 6만여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토트넘-뉴캐슬 친선경기. 손흥민은 토트넘 주장 완장을 차고, 마지막으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날은 단순한 친선전이 아닌, 손흥민의 '고별전'이었다.
시작부터 분위기는 달랐다.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로 향하자, 함성이 경기장을 삼켰다. 4분 만에 브레넌 존슨이 선제골을 터뜨리자, 그의 ‘찰칵 세리머니’가 손흥민을 향한 존경의 표시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을 쉼 없이 누비며 공격포인트를 노렸지만, 끝내 골이나 도움을 기록하진 못했다.
전반 36분, 수비 맞고 튕겨 나온 오른발 슈팅. 후반 20분, 쿠두스와의 교체. 토트넘 선수들은 손흥민의 마지막 순간을 위해 준비한 듯 그를 위한 무대를 열었다.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했고, 손흥민은 양민혁을 비롯한 후배들과, 감독, 동료들과 포옹을 나누며 천천히 퇴장했다. 뉴캐슬 선수들까지도 2열로 도열해, 그를 박수로 배웅했다.
그리고, 그라운드에 앉은 손흥민은 울기 시작했다. 붉어진 얼굴, 고개 숙인 어깨. 그가 평생을 걸어온 축구 인생 중 가장 벅찬 순간이었다. 끝나갈 무렵, 서울 상암에는 갑작스럽게 ‘축복의 비’가 내렸다. 마치 하늘이 그의 눈물을 씻어주는 듯했다.
경기 종료 후, 그는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 전광판에는 FIFA 푸슈카시상을 수상한 70m 드리블 골, 리버풀전 원더골, 런던 더비의 전설적인 득점 등 그의 ‘기억’이 흐르고 있었다.
동료들은 손흥민을 헹가래 쳤고, 그는 또다시 울었다. 이별의 실감이 몰려든 순간이었다.
손흥민이 남긴 발자취는 명확하다. 10시즌 동안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 454경기 173골 101도움. EPL 127골은 토트넘 역대 최다 득점 5위에 해당한다. 2021-22시즌에는 EPL 공동 득점왕, 지난 5월에는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무관' 꼬리표를 떼어냈다. 태극기를 두른 그는 주장으로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아시아 축구사에 잊히지 않을 장면을 남겼다.
그가 EPL을 떠난다는 건 단순한 이적 이상의 의미다. 한때 ‘아시아인은 유럽축구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통념을 깨뜨린 존재, 인종적·문화적 장벽을 실력과 인내로 넘어선 선수. 손흥민은 그 자체로 한국 스포츠의 이정표였고, 47억 아시아인의 자부심이었다.
이제 손흥민은 새로운 무대를 향해 간다. 유럽의 다른 빅리그보다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LAFC 이적이 유력하다. 그는 전날 "모든 걸 이룬 것 같았다. 이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고 이적을 직접 선언했다.
서울의 여름밤, 하얀 유니폼으로 물든 경기장, 그리고 가랑비 속의 눈물. 손흥민은 끝까지 ‘손흥민’답게 작별했다. 진심으로 뛴 마지막 경기, 그리고 팬들 품에 안긴 눈물의 작별. 그의 이야기는 이제 ‘끝의 시작’이 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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