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농산물 협상 2라운드...美 검역 '우선순위' 바뀌고 '맞교환' 가능성도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04 15:21

수정 2025.08.04 15:20

한국이 대(對)미국 협상에서 미국산 쌀·소고기 수입을 막았지만, 농산물 검역 절차 개선에 나서기로 하면서 향후 협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업 전문가들은 미국산 농산물 중 우선순위에 두고 검역을 진행 중인 감자, 넥타린(천도복숭아) 등이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양국이 각자 수출을 바라는 농산물을 두고 바터(Barter·맞교환) 방식의 검역 협상 논의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식물방역법상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위해 인위적으로 검역 절차를 건너뛸 순 없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농산물 추가 시장 개방은 없지만 검역 절차 개선 협의가 이뤄질 것’이란 발언에 대해 “검역 절차와 관련해 ‘개선’이라는 표현은 소통을 강화한다는 것이고, 8단계 검역 절차의 과학적인 역량 제고를 강조한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산 농산물 중 식물수입위험분석(IRA)을 받는 품목은 10개다.

IRA 절차는 1단계(수출국 요청 접수)부터 8단계(수입허용기준 고시 및 발효)까지 진행된다. 현재 가장 앞선 단계는 △6단계(수입허용기준 초안 작성) 11개 주(州)산 감자다. △5단계(위험관리방안 작성) 넥타린 △4단계(개별 병해충 위험평가) 애기당근 △3단계(예비위험평가) 서양배 △2단계(수입위험분석 절차 착수) 사과·블루베리 △1단계 복숭아·살구·자두 및 딸기 등이다.

IRA 핵심은 위험을 평가하는 3·4단계이며, 상호 협의하는 5단계는 사실상 외국 농산물 검역의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농식품부는 그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미국 측 요청에 따라 11개 주산 감자 및 넥타린을 우선순위에 두고 검역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미국 측 농산물 접수 순서대로 IRA 검역을 진행하지 않는다. 10개 품목에 대한 검역 요청 시기와 상관없이, 미국 측이 우선하는 품목부터 절차에 착수한다. 과학적 검증 작업이기 때문에 연속성이 필요하고, 인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0개 품목 모두를 동시에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두 가지 품목에 집중한다. 1993년 접수한 사과가 아직 2단계에 머물고, 2007년 접수한 11개 주 감자가 6단계에 있는 이유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매년 양국 간의 관심 품목들은 IRA 절차상 앞 순위로 올렸다. 때문에 절차상 뒤 순서에 있는 품목은 양국 간 협의에서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린 품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농업 전문가들은 미국이 수출량과 생산량이 많은 농산물을 검역 우선순위로 요구할 수 있다고 봤다.

서진교 GS&J인스티튜트 원장은 “선진국 간 검역 협상은 과학적 자료 교환을 통해 이뤄진다. 위험성 판단을 위해 많은 자료를 요구하다 보니 평균 8년 정도 걸린다. 검역 완료가 가장 빨랐던 중국산 체리의 경우 약 44개월이 소요됐다”며 “미국이 일부 품목에 대해 검사를 신속히 진행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이 검역 협상을 두고 바터 방식의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해 6월 검역본부는 국산 수삼의 미국 수출과 미국 텍사스산 자몽 수입을 위한 검역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고 밝혔다.
각각 2017년과 2019년에 IRA 절차를 밟아, 공통 이익을 바탕으로 검역 협상이 마무리된 사례다. 수삼을 수출하는 대신 자몽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전략적 균형을 맞춘 셈이다.


전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양국 간 검역 협상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