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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실태 조사도 없는 금융감독체제 개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07 19:13

수정 2025.08.07 19:13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국정기획위원회는 재편되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사무처에 금융감독 기능을 남기고,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되는 재무부에 통합시키며,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방안의 '금융감독체제 개편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로 인해 국난을 겪은 아픈 역사가 있었기에 금융감독체제 개편 문제는 정권 교체로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거론되는 단골 국정과제가 되었다. 현재의 감독체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축되었으며,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금융감독 부실 문제가 다시 대두되었고, 그 여파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개편 논의가 있었다.

최근 영국 의회는 2010년 집권한 영국 보수당·자유당 연립정권이 통합 금융감독기구인 FSA를 FCA(건전성 감독기구)와 PRA(영업행위 감독기구)로 분리한 이래 금융감독체제의 실태와 금융산업의 반응 등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여 주목받고 있다. 의회 조사 결과 금융회사들은 두개의 감독기관으로부터 중복 규제와 검사 및 부당한 강압 등 심각한 불만을 드러냈으며, 이러한 감독기구들의 비효율적인 운영은 금융기관의 혁신과 신상품 개발 등 금융서비스 발전을 저해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금융감독청(FCA)은 평균 43개월이 걸린 조사에도 불구하고, 조사 건수의 67%가 대응조치 없이 처리된 것으로 보고되어 감독기구의 효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영국 의회의 금융감독체제 개편 논의는 우리에게 감독체제 개편 논의의 핵심이 금융산업의 효율성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의 금융감독체제가 금융산업의 건전성 확보와 금융소비자 보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조사된 바 없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2일 '2024년 금융분쟁조정 접수 현황'을 발표했으나 정작 금융소비자들이 알고 싶은 금융영역별 평균 조사일수와 처리 결과 등은 외부에서 알 수 없다. 이와 같이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금융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조직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국정기획위 위원들이 실태조사를 할 것도 없이 "척 보면 안다"고 한다면, 감히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금융산업에 대하여 회초리를 드는 기관이 사실상 세개로 늘어나는 개편안에 대하여 시장은 과연 누구를 위한 체제 개편인지를 묻고 있다.

2019년 대비 2024년 금융감독원의 금융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42.7% 증가한 반면 금감원 임직원 수는 1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뿐만 아니라 펀드나 방카슈랑스와 같이 내용이 복잡한 복합상품에 관한 민원은 2019년 172건에서 2024년 4640건으로 무려 27배로 증가했다. 이 금융민원 통계는 금융상품의 다양화와 복잡화는 물론 이에 따른 금융기관과 고객 간의 관계에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결과로 금융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기구의 효율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금감원의 민원 처리에 대해 국민의 불만이 증대하는 문제는 금융소비자 보호조직의 분리 문제 이전에 금감원의 인력 부족과 예산 제약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한편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을 감독원에서 분리할 경우 소비자 보호기구도 독립적 검사권을 요구할 것이다.
이럴 경우 금융기관들은 금감원-금소원-한국은행으로부터 공히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의 관계, 금융감독기구와 금융소비자 보호기구의 관계, 금융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기구의 금융산업과의 관계 등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정부에 줄 선 몇몇 학자들의 주장에 따라 감독체계를 개편한다면, 과연 금융감독체계가 제대로 정립될 수 있을지 지금 시장은 심각한 의문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