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북극항로에 주목
동북아 허브항으로 꿈꿔
우리가 해결할 난제 산적
동북아 허브항으로 꿈꿔
우리가 해결할 난제 산적
요즘 무더위만큼이나 북극항로가 달아오르고 있다. 세종에 있는 해양수산부도 북극항로를 위해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하니 북극항로가 중앙부처 위치도 결정할 정도다. 해수부가 이처럼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이목을 끄는 것도 모처럼 만이다.
북극항로가 각광받게 된 계기는 2021년 대형 컨테이너선의 수에즈운하 좌초로 인한 글로벌 물류대란이었다. 운하 마비로 선박들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야 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 3국은 모두 북극항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3년 우리는 일본, 중국과 함께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 옵서버가 되었다. 또한 북극 다산기지와 북극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며, 우리 물류회사는 북극항로를 통해 나프타를 시험 수송하여 북극항로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중국은 북극에 영토가 없음에도 '근(近)북극국가'라는 논리로 '빙상 실크로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또한 다롄을 중심항만으로 지정하여 시험운항도 성공한 바 있다. 일본도 2011년 시험운항을 성공한 데 이어 홋카이도 도마코마이를 허브항으로 삼고 있다. 또한 북극담당 대사를 두고 그린란드와 협력도 추진 중이다. 그러고 보면 한중일 모두 북극항로의 동북아 허브항 자리를 놓고 동상이몽인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북극항로에 있어 매우 유리한 물류지리적 위치임은 틀림없다.
북극항로를 두고 국내 지자체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선두주자 부산은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두고 용역을 발주하는 한편 해수부 부산 이전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북은 포항 영일만항 확장과 더불어 구미와 대구를 연계하겠다는 전략이다. 북극항로와 지리적으로 근접함이 강점인 강원도는 2029년 준공되는 동해 신항을 북극항로 중심항으로 삼고자 한다. 울산과 여수광양은 북극항로 주요 수송화물이 오일가스나 유화제품인 점에 주목하여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그러나 북극항로 실현까지 넘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여름철만 이용 가능하다는 점과 석유가스 등 화물의 제한, 러시아 정치체제의 불안정성과 항로 주변의 항행 인프라 부족, 쇄빙선 필요성과 국제규범 부족 등이 그것이다. 만약 쇄빙선을 이용한다면 30% 비용감축 효과는 사라지고 만다. 또한 북극항로가 부각될수록 미국, 러시아 등 이해 당사국들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고 정치·군사적으로 각축장이 될 우려 또한 커진다.
북극항로 시대를 맞아 우리는 좀 더 긴 시각으로 차분하되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영공이 막혀 유럽행 항공편이 2시간 지연되는 상황은 북극항로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의 모습일 수 있다. 더욱이 북극항로를 실현하는 시작점은 정부의 주도가 아닌 선사 등 민간분야와 협업이 되어야 한다. 국가적 위상이나 당위성, 정치적 이해가 아닌 민간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철저하게 방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
특히 해수부 이전이 북극항로 실현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해수부는 북극항로를 포함하여 새롭게 부각되는 신해양 산업을 총괄하고 실현해 나가는 중앙부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전쟁'과 함께 조선과 해운, 심해 희토류 채굴 등 세계 해양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할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대비해야 하는지 명확하다.
마침 올해가 해수부 출범 30년이 된다. 북극항로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성년 해수부가 북극해 파도를 헤치고 순항하도록 해양 기능을 조정해주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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