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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경제공동체' 주장한 최태원…APEC서 日이시바 만날까 [종전 80년 광복 80년 (上)]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2 18:35

수정 2025.08.12 20:06

2019년 소부장 규제때부터 구상
10월 행사 통해 구체화할 가능성
일찌감치 '경제공동체' 주장한 최태원…APEC서 日이시바 만날까 [종전 80년 광복 80년 (上)]

"한일이 함께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사진)은 한일 양국의 미래상으로, 6조달러 규모의 세계 4위 경제블록인 한일 경제공동체 구축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광복 80년, 한일 수교 이래 60년간 양국 관계사를 비춰볼 때 매우 과감한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저성장·고비용 경제구조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양국이 손을 잡고 서로의 내수 시장을 공유하는 한편, 첨단산업 분야에서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게 한일경제공동체론의 요지다. 미국의 관세정책 및 자국 산업 보호 기조, 미중 갈등 심화라는 외부적 요인도 양국 협력의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12일 재계는 최태원 회장이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통해 한일 경제공동체론을 보다 구체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재계 총수 중 처음으로 당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났던 최 회장은 지난 5월 말 다시 한 번 재계 총수 중 처음으로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예방했다. 10월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일본 총리와 만나는 등 한일 경제공동체를 향해 한발 더 내디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은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EU를 통해 시장을 키우고,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높였던 것처럼 한국도 경제공동체를 결성해야 하며, 그 첫 파트너로 일본을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중 경쟁 속에서 내수 위축, 고령화, 산업 경쟁력 저하 등 양국 공동의 문제를 인식해 적극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찌감치 '경제공동체' 주장한 최태원…APEC서 日이시바 만날까 [종전 80년 광복 80년 (上)]

한일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약 6조달러에 이르며 미국(30조달러), EU(20조달러), 중국(19조달러)에 이은 세계 4위의 6조~7조달러 규모 경제공동체가 탄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의 명목 GDP는 1조7903억달러, 일본은 4조1864억달러이다. 2030년에는 합계 7조1444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 회장이 한국의 경제 파트너로 일본을 적극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2019년 당시 아베 신조 정권이 한국에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가했던 시기다. 1965년 한일 수교 이래 최악의 시기로 일컬어졌던 시기, 최 회장은 SK그룹 최종현학술원을 통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거물 손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마윈 알리바바 전 창업자 등을 초청해 '미래 설계'를 주제로 제1회 도쿄포럼을 열었다.'중국에 또 하나의 SK를 만들자'는 과거 20년간 이어진 그룹 전략의 대전환이자 기업 단위를 넘어선 국가·경제를 향한 대제언의 시작점이었다.


당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일본 탐구'는 약 3년 뒤인 한일경제공동체(2023년 제주포럼)로 구체화됐다. 제조업 중심의 성장방식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서도 한일 경제공동체론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저비용 경제구조 전환을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일본과의 경제공동체 결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