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기 있는 식료품점 중 하나인 트레이더조에서 한국 식품을 집어 들면 종종 한국인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질문한 이유를 되묻는다. 돌아오는 답의 대부분은 실리콘밸리(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가장 맛있는 한식당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미국 현지인들이 한식에 관심이 상당하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최대한 정성껏 답을 해줬다.
지난 몇 달간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불렀던 K팝 '아파트(APT)'를 이곳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을 포함한 서부 곳곳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최근 미국의 렌터카 업체의 한 지점에서 도요타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브 4 모델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현지인이 실망하는 표정을 봤다. 그는 자신이 도요타 차를 너무 좋아한다며 매우 아쉬운 표정을 드러냈다. 이에 렌터카 직원은 요즘 한국차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현지인은 라브 4와 동급인 한국차 키를 받고 무표정하게 자리를 떴다.
올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본과 무역협정을 타결했을 때 상당수의 주요 미국 언론들이 속보를 연이어 내면서 아주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이 유럽연합(EU)과 협정을 타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난달 말 미국이 한국과 무역협정을 타결했을 때 이 소식을 속보로 중요하게 보도한 미국 매체는 거의 없었다. 보도된 기사도 사실만을 적시한 스트레이트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미국 정부가 한국을 동맹국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곳 미국 현지에서 느낀, 미국이 바라보는 한국은 흥미로운 나라인 동시에 변방국이라는 점이다. 언급한 대로 미국 서부를 포함한 동부 등 전 지역에서 한국 음식과 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 보도되는 그대로다. 그렇지만 미국이 바라보는 한국 음식은 특별함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미국 음식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음식과 다른, 새로운 장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듯싶다. 그렇지만 일본의 대표 음식 초밥은 미국에서 특별하지 않은 음식이다. 초밥은 일식이라는 특별함보다 아주 자연스럽게 미국인들이 찾는 음식 중 하나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미국의 7대 교역국인 한국, 한국의 경제는 어떨까. 미국에 한국 경제는 일본이나 EU, 중국만큼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닌 듯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주 산업인 인공지능(AI), 그리고 빅테크와 경쟁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미국에서 국내 최고의 반도체 기업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물론 미국 전체가 아닌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체감한 것이라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미국 서부가 미국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까닭이 미국에서 한국의 위상이 생각보다 별로라서 실망했다는 취지는 아니다. 한국의 국력을 폄하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미국 정부와 미국 사회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이 한국이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한국에서는 미국 정부와 미국 사회가 한국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파트너에 한국이 포함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에서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해서 미국이 한국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3만명에 가까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고 해서 미국이 한국을 무조건 보호해 줄 것이라는 가정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이 정치와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을 일본이나 EU처럼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게 하려면 한국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 전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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