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화장품주에 공매도가 몰리면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이 잇따르고 있다. 2·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달바글로벌과 코스맥스는 각각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이날 공매도 거래가 전면 금지됐다. 달바글로벌은 지난 11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지정이다. 한국콜마 역시 지난 8일과 11일 각각 과열종목 명단에 올랐고, 이달 1일에는 LG생활건강이 지정됐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제도는 공매도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해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당일 주가가 3% 이상 하락하고 공매도 비중이 30%를 초과하거나 △주가가 5~10% 하락하고 직전 분기 코스피 구성종목 평균 공매도 비중의 3배 이상(상한 20%)일 경우 과열종목으로 지정된다.
실제로 해당 종목들의 공매도 잔고는 최근 가파르게 늘었다. 한국콜마의 공매도 잔고액은 지난 7월 31일 54억원에서 8일 기준 175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비중도 0.24%에서 0.84%로 상승했다. 달바글로벌의 공매도 잔고액도 이 기간 27억원에서 39억원으로 늘었다.
화장품주가 공매도의 표적이 된 배경에는 아쉬운 2·4분기 실적이 있다. 높아진 실적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실망감이 커진 것이다. 달바글로벌은 2·4분기 영업이익 29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LG생활건강은 2·4분기 163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컨센서스를 하회했고, 한국콜마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2·4분기 화장품 업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았던 만큼 실적 기대치도 높아졌는데, 일부 기업들이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공매도 타깃이 됐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화장품 업종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유럽과 중동 지역을 기반으로 반등하는 실적 사이클이 기대된다는 전망에서다. 다만 화장품 업종 내에서도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 경쟁력에 기반한 K뷰티의 수출 성장은 구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브랜드사뿐만 아니라 제조사에게도 번지는 경쟁 심화와 과열 여부가 하반기 화장품 업종 투자 판단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수주 증가가 뚜렷하게 확인되는 종목, 실적 부담이 적은 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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