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재생에너지 도입은 부담
에너지 저소비 고효율 구조전환
에너지 저소비 고효율 구조전환
우선, 전기료 인상안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8년 29.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문제는 태양광과 해상풍력의 발전 단가가 원전보다 3~6배나 비싸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현 정부로선 전기료 인상이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도 원전 비중을 유지 혹은 확대하려는 추세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대적 추세인 건 맞다. 다만, 재생에너지와 원전 간 적정 수준의 에너지믹스를 추구한다면 전기료 인상 폭도 합리적인 구간에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료 인상에 앞서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에너지 과소비 문제를 개선하는 작업도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세계 3위에 달할 정도로 에너지 낭비가 심각하다. 전기절약 캠페인을 매년 상시적으로 전개하지만 에너지 과소비 문화가 여전하다. 이는 오랫동안 전기료를 원가 이하로 묶어둔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전기료 인상에 앞서 과도한 에너지 누수 요인을 점검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구조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전기료가 오르면 경영비용 부담이 커진다. 이에 산업구조도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전기료 인상안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도 에너지 가격 정상화를 공언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전기료 인상은 물가에 자극을 주게 되며, 고물가는 국정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된다.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전기료 인상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이런 정책 실기 때문에 한국전력의 재정 위기만 더욱 키웠다. 국민이 내야 할 전기료를 한전이 대신 떠안고 있는 비합리적 구조가 지속돼온 것이다.
이제는 비정상적인 전기료 체계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때가 됐다.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전기료 인상 방안은 불가피하다. 국가 산업의 중추인 에너지 정책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AI 같은 핵심 산업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에 갇혀선 안 될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합리적 믹스, 에너지 효율화 정책, 한전 재정 건전화 방안을 아우르는 큰 그림 속에서 전기료 조정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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