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중 맡긴 시댁서 사라진 2살 김영민
동그란 얼굴에 쫑긋한 귀 아직 눈에 선해
지금도 지하철서 닮은 사람 찾는게 일상
한번이라도 봤으면… DNA 등록 기다려
동그란 얼굴에 쫑긋한 귀 아직 눈에 선해
지금도 지하철서 닮은 사람 찾는게 일상
한번이라도 봤으면… DNA 등록 기다려
A씨(73)는 자신의 딸 김영민씨(현재 나이 47세·사진)를 잃은 40여년 전 일이 당장 어제 일인 듯 울먹이며 이같이 말했다.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에 평생 고개를 떳떳이 들지 못했다는 그는 실명도 밝히지 않았다.
김씨는 1980년 4월 25일, 만 2세 때 부산 연제구에서 실종됐다. A씨가 사실혼 관계였던 남편의 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이었다.
A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김씨를 수소문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걸음한 보육원에서도 김씨의 흔적은 없었다. 경찰과 구청 직원들의 도움은 미미했다.
A씨의 건강 상태는 극도로 악화됐다. 그는 지금도 김씨가 실종됐을 당시 일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충격 탓에 기억을 일부 잃었기 때문이다.
A씨는 한동안 딸의 이름을 입에 담지 못했다. 주변에선 '이제 그만 김씨를 잊고 살라'고 했지만 A씨는 그럴 수 없었다.
폭행을 일삼던 A씨의 남편은 딸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떠났다. A씨의 사실혼 관계는 불과 3년 만에 흔적도 없이 무너졌다. A씨는 김씨를 잃은 뒤 한평생을 홀로 지냈다.
A씨는 건강을 회복한 이후 본격적으로 김씨를 찾아 나섰다. 전주에 살면서도 부산을 출퇴근하다시피 하며 샅샅이 뒤졌다. 숙박업소를 전전하는 건 예삿일이었다. 실종아동 전단지도 만들어봤지만 되돌아오는 건 장난전화뿐이었다.
A씨는 지금도 별다른 목적지 없이 부산 지하철을 타고 몇시간을 보내곤 한다. 가끔 김씨를 닮은 아이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 말을 거는 일도 있다. 하루 종일 멍하니 지하철에 있다가 막차를 타고 집에 오면 하루가 훌쩍 지나 있다고 한다.
A씨의 희미한 기억 속 김씨는 얼굴이 동그랗고 귀가 쫑긋한 아이였다. A씨는 과거 부수입원으로 과외를 했었는데, 초등학생 사이에서 김씨가 책 읽는 시늉을 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고 했다.
A씨는 "영민이가 글을 읽지도 못하는 나이인데도 책을 펴고 옹알옹알하던 게 엊그제 같다"면서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우려고 했는데, 평생 못 보고 지내니 가슴이 턱 막힌다"며 한숨을 쉬었다.
A씨는 경찰에 유전자 등록을 마치고 김씨의 소식이 들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한 실종아동 찾기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는 "어느새 40여년이 지나 영민이도 마흔 중·후반이 됐을 것"이라며 "친모가 따로 있다는 걸 알기나 할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영민이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젠가 단 한번이라도 만나게 된다면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 해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며 "그때까지 영민이가 부디 행복하게 잘 살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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