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본고장 브로드웨이 강타
화려한 연출·기생충급 서사 호평
지난 8일 GS아트센터서 첫 무대
화려한 연출·기생충급 서사 호평
지난 8일 GS아트센터서 첫 무대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리드 프로듀서(총책임자)를 맡은 화제작이다. 영국 웨스트엔드를 거쳐 마침내 한국에 상륙한 이 작품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정식 개막했다.
20세기 미국 문학 대표작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금수저 여자를 사랑한 흙수저 남자의 좌절된 아메리칸 드림을 화려한 재즈 선율과 춤, 고해상도 LED 영상을 활용한 변화무쌍한 무대 그리고 인간 욕망의 이면을 파고드는 서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감각적 과잉, 감정적 깊이 부족" 등 외신의 다소 박한 평가와 달리 "엔터테이닝" "멋진 연기와 화려한 무대" 등 관객의 호평을 얻었는데, 원작이 뮤지컬의 소재로 얼마나 적합한지 눈부시게 증명해낸다. 특히 군더더기 없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인물들의 다층적인 시선이 돋보인다.
원작은 닉이 1인칭 시점으로 사건을 회상하는 구조지만 뮤지컬에서는 꿈을 좇는 낭만주의자 개츠비를 비롯해 개츠비의 영원한 사랑 데이지, 데이지 남편인 '금수저' 톰 등 각 캐릭터의 시각이 교차하며 관객의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음악은 "모든 곡이 킬링 넘버"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화려한 재즈 리듬과 역동적 안무가 어우러진 '뉴 머니'와 공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지만 전혀 다른 감정적 여운을 주는 '로어링 온', 토니상 남우조연상 수상 배우인 개츠비 역 매트 도일이 부르는 감성적 솔로 '포 허(For Her)' 등 듣는 즉시 귀에 착 감긴다. 또 찰스턴, 재즈, 보깅, 탭댄스가 어우러진 군무는 시선을 압도한다.
매우 미국적인 스타일을 가진 이 작품은 뮤지컬의 강점인 화려한 쇼의 속성을 지녔다. 하지만 단순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인간 욕망과 계급 문제, 이상과 현실의 간극 등 원작의 주제의식도 제법 잘 드러난다. 특히 무대가 화려할수록 그 슬픔의 정서와 대비를 이루며 씁쓸함을 안긴다.
극본가 케이트 케리건은 도록을 통해 "처음부터 서울 무대를 염두에 뒀기에 100년 전 미국 소설이 오늘날 한국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 끊임없이 자문했다"며 "계급 상승을 향한 갈망은 영화 '기생충'의 주제와 다름없고, 가정·사회에서 조용히 고통받는 인물들의 서사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와도 맞닿아있다"고 밝혔다. 또 "세대를 초월하는 꿈과 욕망, 사랑과 상실의 이야기에 관객이 공감해주길 바랐다"고 했다.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꿈을 향해 달려간 개츠비는 브로드웨이에서 새 역사를 쓴 신춘수 대표와 닮아보인다. 신 대표는 지난 2014년 래퍼 투팍의 삶을 소재로 한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2014)와 '닥터 지바고'(2015)로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꿨으나 흥행 부진의 아픔을 겪었다. 그는 10년 만에 '위대한 개츠비'로 자신의 오랜 꿈을 이뤘다.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