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발 증세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전 정부에서 낮춘 세율과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등을 환원시켜 세금을 더 걷는 개편안이다. 기업은 안팎으로 늘어난 세금에 실적모멘텀 둔화를 우려하고, 투자자들은 거래비용 증가 등으로 오천피 동력 약화를 우려한다. 재계는 물론 씨티그룹, CLSA 등 유수의 해외 IB들도 잿빛 전망을 쏟아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한껏 고조됐던 코리아밸류업 기대감은 두달도 채 안 돼 증세쇼크로 불확실성에 갇혔다. 정책은 타이밍인데, 시기적으로 납득이 쉽게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미국 관세폭탄으로 기업들의 글로벌 가격경쟁력이 저하되는 절체절명의 시점에 법인세까지 올리면 기업을 사지로 내모는 격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걸림돌이다. 주요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증권거래세율 상향과 대주주를 보유액 기준으로 가르마를 타는 것도 짚어볼 지점이다. 수익과 무관하게 주식을 팔면 내야 하는 증권거래세율을 현행 0.15%에서 0.20%로 0.05%p 올린다고 한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맹주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 등에는 증권거래세가 없다.
최대 쟁점은 주식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다. 대주주의 양도소득세 보유주식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춰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가 100만원대 주식 1000주를 연말에 들고 있으면 대주주로 판단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세를 포함해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22%, 3억원 초과는 27.5%로 적지 않다.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우선 대주주를 확정짓는 연말이면 회피물량이 쏟아져 시장을 교란시킨다. 더구나 대상이 확대되면 물량이 더 늘어나 매해 연말 증시는 변동성 리스크에 쉽게 노출된다. 증시 선진화를 위해 장기투자를 독려해도 모자랄 판에 단기투자를 부추기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금액으로 대주주를 정하는 곳은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은 의결권 있는 기업 주식의 5% 이상, 일본은 상장사 지분 3% 이상 보유 등 지분율로 대주주를 판가름해 세금을 매긴다. 국내에서도 외국인의 주식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은 종목당 지분 25% 이상이다. 하지만 외국인 1인 또는 하나의 해외 기관이 한 종목의 지분을 그만큼 들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국내 투자자는 금액, 외국인투자자에게는 상당한 지분율을 적용해 대주주를 정하는 자체가 이중 잣대이자 역차별이다.
일률적인 과세도 짚어봐야 한다. A주식에서 얻은 차익보다 B주식의 손실이 더 커도 결과적으로 A주식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손실은 투자자가 감내하고, 차익은 국가가 세금으로 떼가는 구조다. 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다. 증세를 하면 당장 세금은 더 걷히겠지만, 거래대금 감소와 증시 이탈 등으로 시가총액이 쪼그라들어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실제 지난달 16조원까지 치솟았던 일일 거래대금이 이달 들어 10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이제라도 대주주 기준을 현실적으로 재정립하는 등 증시 전반의 정책 신뢰성을 끌어올려야 오천피 시대가 가능하다. 증세에 따른 기업과 시장의 장기적 후유증을 감안하면 적정 선에서 국채나 화폐를 더 찍어내는 차악을 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증권부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