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신내림 굿값 내놔" 전 남편 500차례 때려 살해…40대女 징역 30년 확정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19 09:49

수정 2025.08.19 09:48

엿새 동안 500차례 이상 폭행…가담한 딸도 재판행
사진=파이낸셜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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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자녀들의 신내림 굿 비용을 요구하며 전 남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여성에게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하며 범행을 부추긴 무속인에게도 같은 형이 내려졌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강도살인,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경기 양주시의 한 주택에서 전 남편인 B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은 A씨와 B씨가 지난 2017년 10월 한 무속인을 알게 되면서 시작했다.

이들은 이 무속인에게 점을 봤는데, 점괘가 들어맞자 그를 맹신하기 시작했다.

A씨는 2020년 4월경 B씨와 이혼한 뒤 무속인과 살았는데, 돈이 필요하자 B씨에게 자녀들이 몸이 좋지 않은 이유가 신기 때문이라며 굿값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자녀들은 B씨를 속이기 위해 신들린 연기를 하기도 했다.

몇 차례 돈을 전달하던 B씨가 더 이상 돈을 주지 않자, A씨 등은 돈을 구해오라며 B씨를 폭행했다. 이들은 엿새에 걸쳐 B씨의 몸과 성기를 짓밟고 목을 조르는가 하면, 망치와 효자손으로 때리는 등 500차례 이상 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B씨는 신체 여러 부위에 발생한 다발성 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1심은 A씨와 무속인에게 무기징역을, A씨의 딸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폭행에 가담한 아들의 경우 미성년자로 촉법소년에 해당해 기소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무속인에게 정신적으로 예속돼 있던 상태로 무속인의 말을 믿고 범행에 나아간 점을 감안해도, 피해자를 무자비하고 가혹하게 직접 폭행했을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아버지를 잔혹하게 폭행해 죽이게 만들었다"며 "A씨의 행위는 그야말로 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인 행위의 극치에 이른다"고 판시했다.

무속인에 대해서는 "A씨 가족이 자신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을 이용해 '굿을 하지 않으면 A씨와 자녀가 죽거나 잘못 된다'고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범행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2심은 A씨와 무속인의 형량을 징역 30년으로 낮췄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동기, 수단과 방법, 결과 등 면에서 매우 중대하고 참혹하며 죄질이 불량하므로 중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피고인들이 교화·갱생의 여지가 전혀 없다거나, 이들을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만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