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시승기

'더 911 다워졌다'… 하이브리드 심장 단 신형 포르쉐 911 타보니 [FN 모빌리티]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0 00:00

수정 2025.08.20 00:00

911 최초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한 '신형 911 카레라 GTS' 직접 주행
'달리기 위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전작 대비 성능, 안정성 업그레이드
포르쉐 신형 911 GTS 전면. 정원일 기자
포르쉐 신형 911 GTS 전면.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911은 포르쉐의 아이코닉한 스포츠카로 민첩함의 상징과 같은 차다. 전기차의 실용성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는 가운데도 911을 '드림카'로 꼽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다. 그런 911이 8세대로 업데이트되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품었다고 하니 호기심부터 들었다. 머릿속 정숙하고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차량들의 이미지와 911의 접점이 좀처럼 그려지지 않아서다. 19일 강원 인제 스피디움에서 911 역사상 최초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한 '신형 911 GTS(이하 신형 911)'를 타고 직접 주행해 봤다.



포르쉐의 하이브리드는 '추진력'을 얻기 위함'일 뿐
결론부터 말하면, 신형 911의 'T-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을 보조해 더 강력한 성능을 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순수 전기 모드 주행도 안 되고 조용하지도 않다. 일반의 하이브리드차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주행의 즐거움은 배가 됐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놓자, 정지상태에서부터 배기음이 달라지며 달릴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트랙 위 직선주로에서 신형 911의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즉시 몸이 뒤처질 정도로 폭발적인 가속 성능을 보였다. 서행하다가 가속을 여러 차례 반복해 봤을 때도 힘은 여전했다. 전기차와 비슷한 초반 출력을 보여주면서도 전기차에선 들을 수 없는 엔진 사운드로 주행의 즐거움을 체감할 수 있었다.

포르쉐 신형 911 GTS 후면. 정원일 기자
포르쉐 신형 911 GTS 후면. 정원일 기자

차의 가속 성능은 '런치컨트롤'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으면 계기판에 런치컨트롤 모드가 활성화됐다는 표시가 뜬다. 그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떼자, 순간적으로 차가 앞으로 살짝 들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짜릿한 가속 성능을 체감했다.

신차에는 새롭게 개발된 3.6 리터의 6기통 박서 엔진이 탑재됐고, 50마력 대 중반의 성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들어갔다. 이 덕에 이 차는 기존 모델 대비 61마력이 증가한 총 541마력을 발휘한다. GTS가 기본형 모델과 고성능 터보 모델의 중간에 있는 라인업임에도 시속 100km까지는 3초 만에 도달한다. 어지간한 퍼포먼스 전기차도 대부분 제치는 수준이다.

포르쉐 신형 911 GTS 외관. 정원일 기자
포르쉐 신형 911 GTS 외관. 정원일 기자

안정성 민첩함은 여전…쉽고 재밌어지는 운전
날렵한 주행성능은 포르쉐가 신차의 경량화에 집착하며 얻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통상 하이브리드차엔 배터리가 들어가게 되며 무게가 늘어나고, 그만큼 날렵함은 반감된다.

그러나 신형 911의 경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어디까지나 엔진을 보조하기 위한 목적인 만큼,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하고도 전작보다 무게가 50kg밖에 늘지 않았다. 대형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카이엔이나 파나메라의 경우 배터리 무게만 130kg 가까이 나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본적으로 스티어링 휠은 무겁고, 가속페달은 단단하게 세팅된 듯했다. 그만큼 세세한 컨트롤에도 차량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느껴졌다.

시트 위치는 바닥에 붙어있을 정도로 낮다고 느껴졌는데, 몸을 잡아주는 형태 시트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니 급격한 코너 구간에서도 안정감 있는 주행이 가능했다. 트랙 위에서 속도를 올린 상태에서 코너를 돌 때 역시 차체가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장애물 사이를 오가는 슬라럼 구간에서도 몸의 흔들림 없을 뿐 아니라 빠른 반응으로 보다 '쉬운' 운전이 가능했다.

이 역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덕을 봤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고전압 시스템에 안티-롤 스태빌라이제이션 시스템을 통합해 보다 즉각적이고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져서다.

포르쉐 신형 911 GTS 실내에서는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원일 기자
포르쉐 신형 911 GTS 실내에서는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원일 기자

소소하지만 중요한 변화도 있었다. 방지턱 등을 넘을 때 차체를 올려주는 '스마트 리프트'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 기능 역시 기존에는 5초 가까이 걸렸다면 전동화 시스템과 결합하며 1초로 작동시간이 크게 줄었다. 버튼을 누르면 바로 차체가 쑥 올라가는 식이다. 지하 주차장에서 턱을 넘을 때도 뒤에 줄 선 차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질 듯하다.

종합하면 신형 911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트랙은 물론 일상에서도 탈 수 있는 육각형에 가까운 스포츠카에 가까워진 듯하다.
그만큼 가격은 적지 않게 인상됐다. 2억4070만원부터 시작한다.
다만 포르쉐의 주 고객층에게 단순 트랙 위에서뿐 아니라 높은 안정성과 승차감까지 갖추며 데일리카로도 쓸 수 있는 신차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여지는 충분하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