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너머의 사유'..현대인 직면 정체성의 복합성 시각화
올 11월 성수동 '갤러리 유피 신진작가 팝업 전시'도 계획
올 11월 성수동 '갤러리 유피 신진작가 팝업 전시'도 계획
[파이낸셜뉴스] 부산 북구 덕천동에 위치한 갤러리 유피(Gallery UP)에서 김판묵 작가의 열일곱번째 개인전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지난 9일 막을 올린 이 전시회는 오는 29일까지 계속된다.
전시 타이틀 'INTERSTICE(인터스티스)'는 맞닿은 무엇과 무엇 사이의 작은 틈, 경계와 경계 사이의 미묘한 공간을 의미한다.
이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사이-공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제목이다.
김판묵 작가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16년간 인간과 사회, 내면과 외면, 현상과 현상 등 다층적 경계에 대한 탐구를 통해 개인이 살아가며 사회에서 경험하는 변화와 아이러니한 현상들을 예술적 언어로 번역해왔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 경계 자체가 지닌 역동성과 모호함에 주목하며 현대인이 직면하는 정체성의 복합성을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활동 기간 중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세 가지 대표 시리즈를 갤러리 유피 공간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의미있는 자리다.
부산에서의 첫 개인전을 맞아 그동안 작가가 바라본 자신과 사회에 대한 경계 의식과 개인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양가적 감정들을 작가만의 독특한 조형 언어와 세계관으로 한 공간 안에서 풀어낸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명확하게 규정지을 수 없는 '사이-공간'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감정들과 사유의 지점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판묵 작가가 제시하는 'INTERSTICE'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인 작은 틈을 넘어서 현대인의 복합적 심리 상태와 사회적 위치에 대한 성찰로 확장한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
작금의 시대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과 사회적, 정치적 갈등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해가고 있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가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우리의 자아를 재구성하고 있으며, 현실에서의 역할과 가상공간에서의 존재가 교차 하면서 그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는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며 가상공간 속에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생성된 서로 다른 자아 들은 충돌하며 내면의 갈등을 야기한다. 결국 가면과 진짜 자아가 교차하는 순간들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려는 노력은 더욱 절실해져 가고 있다.
이번 전시 'Interstice(작은 틈)'는 바로 이 갈등의 지점에 주목한다. 사물과 사물 사이의 공간, 혹은 밀접하게 배치된 것들 사이의 미세한 틈을 뜻하는 'Interstice' 는 이번 전시 안에서 경계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균열을 의미하는 동시에 새로운 세계를 향한 미세한 틈새로 해석된다. 이러한 균열을 기반으로 모종의 경계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내적 혼란을 이야기하며, 작은 틈 너머에 존재하는 작가가 창조한 NAIMOS 세계를 통해 가상과 현실, 사회적 자아와 숨겨진 내면의 자아, 현실과 상상의 충돌을 풀어낸다.
작은 틈을 지나 펼쳐지는 꿈꾸던 이상 세계는 우리 시대가 직면한 근본적 질문들을 제기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 진정한 자아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전시 'Interstice' 는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이자, 균열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제안이다.
김판묵 작가는 국립군산대 미술학과와 대학원(석사)을 졸업해 전주와 군산, 서울, 대구, 프랑스 ,미국 등의 국내외 다양한 도시에서 120여회 기획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성소윤 갤러리 유피 대표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국내외 학생들과 신진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K-아트' 해외진출까지 지향하는 폭넓은 시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예술관련 사업을 통해 향후 패션분야와 협업을 도모하는 파격적인 문화예술후원 갤러리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대표는 "기회를 찾지 못하는 진정성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 선정된 창의적인 작가들의 전시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각종 산업적 시스템에 디렉팅을 돕는데도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갤러리 유피 측은 위치적 제약을 보완, 다가오는 11월 갤러리 유피의 신진 작가들과 많은 관객들의 만남과 협업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 성수동에 계획 중인 팝업전시도 관심있게 지켜봐달라는 당부했다.
성 대표는 "예술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 그 감상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된다"면서 "관람객과 작품 사이에 존재해왔던 '전시의 벽'을 허물고, 보다 자유로우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만남의 장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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