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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끝 F1...전반기 분석, 하반기 포인트는 [권마허의 헬멧]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3 06:30

수정 2025.08.23 06:30

전반기 한 줄 요약 '맥라렌 독주'
루키들 중 가장 높은 순위 누구
하반기 관전 포인트 4가지도
맥라렌 집안 싸움 승자는 누구
세계 3대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인기가 많지만 유독 국내에는 인기가 없는 ‘F1’. 선수부터 자동차, 장비, 팀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 세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격주 주말, 지구인들을 웃고 울리는 지상 최대의 스포츠 F1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무거운 주제들을 다양하게, 그리고 어렵지 않게 다루겠습니다. F1 관련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원하신다면, ‘권마허의 헬멧’을 구독해주세요.
지난 3일 헝가리 그랑프리에서 맥라렌 소속 오스카 피아스트리(왼쪽), 랜도 노리스가 샴페인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헝가리 그랑프리에서 맥라렌 소속 오스카 피아스트리(왼쪽), 랜도 노리스가 샴페인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F1 올해 시즌 '여름방학'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8월 29일부터 15라운드 네덜란드 그랑프리로 하반기 일정을 소화하게 되는데요. 권마허의 헬멧 이번 화에서는 상반기 선수들별 순위와 특징, 하반기 관전 포인트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꼽은 하반기 관전 포인트에는 맥라렌 집안 싸움 결과가 포함돼 있습니다.
상반기 분석과 하반기 관전 포인트 4가지를 담은 이번화 시작합니다.

맥라렌이 독주한 전반기...베르스타펀, DNF 안했다면
지난 3일 헝가리 그랑프리에서 맥라렌 소속 랜도 노리스가 역주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헝가리 그랑프리에서 맥라렌 소속 랜도 노리스가 역주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전반기 경기들을 요약하면 '맥라렌 독주'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오스카 피아스트리가 284점, 랜도 노리스 275점으로 독보적 1~2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피아스트리는 포디움(상위 3등)에 오르지 못한 경기를 찾는 게 더 힘듭니다. 그는 전반기 치른 14라운드 경기에서 단 2차례만 상위 3위 안에 들지 못했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려 '혼란 그 자체'였던 1라운드 호주 경기에서 9위를 기록, 예열을 마친 피아스트리는 이후 2라운드에서 곧바로 1위에 오르며 실력을 증명했습니다. 이후 일본에서 3위, 3라운드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좋은 경기 결과를 냈습니다.

장군멍군입니다. 그의 동료 노리스는 1라운드 호주 그랑프리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25점을 받은 후 4라운드까지 2~3등을 기록하는 등 포디움에 밥 먹듯 올랐습니다. 그가 포디움을 놓친 경기는 5라운드 사우디아라비아 서킷(4위)와 10라운드 캐나다(DNF, Did not Finish)뿐입니다. 노리스는 전반기 1위만 5번 기록하는 등 쾌조의 질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상위권에는 막스 베르스타펀(레드불)과 메르세데스, 페라리 선수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베르스타펀은 187점으로 3위에 올랐고 조지 러셀(메르세데스)이 172점으로 4위, 페라리 원투펀치 샤를 르클레르, 루이스 해밀턴이 각각 151점, 109점으로 5~6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우승자 베르스타펀은 다소 아쉬운 모습입니다. 한 차례 DNF, 한 차례 10위, 한 차례 9위를 기록한 그는 포디움에 5번 오르며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포인트를 가장 많이 받는 1위에는 2차례밖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특히 9위가 가장 최근인 헝가리 그랑프리에서의 성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하반기 첫 경기인 네덜란드 그랑프리 결과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4위 러셀은 두 차례 10위, 11위로 미끄러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리스가 DNF를 기록한 10라운드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소년 가장 르클레르는 2라운드 중국에서의 실격이 아쉽습니다. 르클레르는 차량의 무게가 800㎏를 넘어야 한다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의 규정을 1㎏ 어긴 이유로 실격됐습니다. 해밀턴은 4위를 세 차례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선전하는 분위기지만, 전반기 포디움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습니다.

F1 미래 안토넬리, 베테랑들 모두 제치고 7위 올라
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메르세데스)가 7월 31일 헝가리 그랑프리에 앞서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메르세데스)가 7월 31일 헝가리 그랑프리에 앞서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루키'들 중 가장 높은 순위에는 누가 있을까요. 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메르세데스, 64점)가 7위로 루키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는 알렉산더 알본(윌리엄스, 54점), 페르난도 알론소(애스턴마틴, 26점) 등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제치고 당당히 7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10라운드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깜짝' 3위에 오르며 첫 포디움에 올라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DNF도 3차례 당하는 등 보완해야 할 부분도 분명하게 보입니다.

8위는 8라운드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낭만'을 보여준 알본입니다. 알본은 당시 바로 앞 순위 10위 사인츠의 피트인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자신의 순위를 내주었고, 이후 서킷 도로가 좁다는 점을 이용해 속도를 늦췄습니다. 추월이 사실상 어려운 서킷이기 때문에 알본 뒤에 달리던 선수들은 눈을 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고, 사인츠는 그 시간 동안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 경기 최종 순위는 알본이 9위, 사인츠가 10위에 오르며 '더블 포인트'를 따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전반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F1의 베테랑 니코 훌켄버그(킥 자우버)입니다. 2010년 데뷔한 그는 15년 넘게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지만, 꾸준한 모습을 보여 드라이버 라인업에 계속 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12라운드, 영국 실버스톤에서 3위에 오르며 인생 첫 포디움을 차지합니다. 이때 15점을 받으며 순위를 높였고, 현재 9위에 올라 있습니다.
다음으로 보이는 선수는 츠노다 유키(레드불)입니다. 올해 레이싱 불스로 시작했지만 시즌 중간 리암 로슨(당시 레드불 레이싱)과 교체된 선수입니다. 교체 직후 포인트를 따기도 한 츠노다는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현재 18위에 올라 있습니다. 포인트는 10점에 불과합니다. 리암 로슨이 2배인 20점을 기록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는 셈입니다.
6라운드에서 잭 두한(알핀) 대신 들어온 프랑코 콜라핀토는 14라운드까지 포인트를 따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두한을 그냥 두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도련님' 랜스 스트롤(애스턴마틴)과 알론소는 사이 좋게 11~1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포인트도 똑같이 26점입니다. 신기합니다.
하반기 관전 포인트 4가지...맥라렌 집안싸움 승자는
베르스타펀(레드불)이 지난 3일 헝가리 그랑프리에 앞서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베르스타펀(레드불)이 지난 3일 헝가리 그랑프리에 앞서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하반기 관전 포인트는 △맥라렌 집안 싸움 결과 △베르스타펀의 부활 여부 △중위권 팀들의 각축전 △츠노다 부진 언제까지 등 4가지로 정리됩니다.
현재 드라이버 챔피언십 순위 1~2위는 맥라렌 원투펀치인데, 양 선수의 점수 차이는 9점에 불과합니다. 맥라렌 입장에서는 1위를 사실상 따 놓았다는 점에서 행복하겠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마지막 라운드까지 서로를 견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14라운드 헝가리 그랑프리 도중 노리스가 앞서가는 전략을 공유 받은 피아스트리가 무전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향후 남은 10개의 라운드에서 맥라렌이 어떤 작전을 쓸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입니다.

베르스타펀의 부활 여부도 상당히 관심이 가는 주제입니다. 현재 187점으로 2위와 100점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이론적으로 봤을 때 뒤집을 수 없는 점수는 아닙니다. 분위기도 괜찮습니다. 하반기를 첫 경기인 15라운드가 열리는 장소는 그의 고향, 네덜란드입니다. 홈 팬들의 응원 등으로 상당히 편안한 상태에서 탈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기대가 됩니다. 뜬금 없을 수 있지만 베르스타펀이 15라운드 경기에서 최소 3위 안에 들 것이라는 예측을 해봅니다.

중위권 팀들의 치열한 경쟁과 츠노다의 부진 극복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입니다. 현재 상위권 1~4위 팀들의 컨스트럭터 점수는 맥라렌(559점), 페라리(260점), 메르세데스(236점), 레드불(194점) 외에 5~8위 팀들 사이 점수 차이는 35점에 불과합니다. 1~2 경기 사이에 순위가 급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4위와 5위가 120점 이상 차이 나는 데다 전반기 실력 차이를 봤을 때 이들의 최종 목표는 5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경기 이후 이들이 어디 위치에 있는지도 연재에 다뤄보겠습니다.
츠노다의 부진은 언제까지일까요. 유일한 아시아인 F1 드라이버라 계속 마음이 갑니다. 그냥 잘 했으면 좋겠는데 서킷에 괴물들이 많아서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전반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기는 3월 14~16일 열렸던 1라운드 호주 경기입니다. 이날 서킷에는 비가 상당히 내려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여럿 나왔는데, 이 부분이 정말 재미 있었습니다. 퀄리파잉(예선)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던 선수가 본 경기에서는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기대를 모았던 선수가 완주를 못하기도 했습니다.
노리스의 압도적인 레이스 실력을 보고 놀랐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그는 예선 1등과 본 경기 1등을 모두 차지하며 '폴 투 윈'을 기록했습니다. 베르스타펀이 아슬아슬하게 2위를 차지해 올해 기대를 좀 했었는데, 전반기에는 느낌표 보다는 물음표가 남습니다.
여러분 기억에 가장 남는 경기는 몇 라운드인가요? 전반기 순위가 끝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모든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