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불황에 매각 제자리걸음
11번가, 1년 넘게 새주인 못찾아
애경산업도 매각가 두고 진통
내수침체 장기화와 불투명한 업황 전망으로 유통업계의 대형 매각 프로젝트들이 일제히 난항을 겪고 있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홈플러스는 점포 폐점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마땅한 원매자가 없어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11번가는 쿠팡 중심의 이커머스 재편으로 1년 넘게 매각 작업이 제자리이고, 그룹 경영난으로 매물로 나온 애경산업도 매각가를 둘러싼 온도차가 커 진통을 겪고 있다.
11번가, 1년 넘게 새주인 못찾아
애경산업도 매각가 두고 진통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임대료 협상 불발 점포 15곳을 추가 폐점하며 자구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 중이나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조건부 투자계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11번가는 매각 작업을 1년 넘게 이어가고 있지만 인수 희망자가 없어 표류하고 있다. 특히 11번가는 모회사 SK스퀘어가 콜옵션(지분 재매입 권리)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이 주도권을 쥐고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오아시스, 큐텐 등이 원매자로 거론됐지만 무산됐고 최근에는 매수 의향을 보이는 곳조차 드물다. 최근 단행된 희망퇴직과 관련해서도 11번가는 "수익성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인수협상을 염두에 둔 '몸집 줄이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투자업계에서는 "티몬의 저가 매각 이후 이커머스 기업 밸류에이션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점도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애경산업 매각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모태사업이지만 지주사인 AK홀딩스의 높은 부채비율과 유동성 위기로 지난 4월 매물로 나왔다. 유통업계 M&A가 난항을 겪는 와중에도 애경산업은 생활용품·화장품을 아우르는 안정적 수익구조와 완성형 밸류체인 덕분에 '대어 매물'로 불린다. 가장 의지가 강한 곳은 태광산업이다. 지난 22일 본입찰에 참여한 태광산업은 그룹 계열 사모펀드(PEF)인 티투프라이빗에쿼티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외부 투자자를 끌어와 펀드를 결성,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애경산업의 매각 희망가(약 6000억원)와 현재 시총(4000억원대) 간 괴리가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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