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왕조 유적지서 한국·베트남 글로벌 교류 행사 성대하게 열려
양국이 공유하는 역사와 문화 되새기는 계기 될 것
【파이낸셜뉴스 봉화=김장욱 기자】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인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도 지났지만 폭염의 기세는 여전했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고려시대 베트남 리 왕조 유적지가 있는 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충효당 일대는 잔칫집으로 변신했다.
행사장을 찾은 화산 이씨 종친회원들과 베트남 이주 배경인, 봉화군민 등의 얼굴에는 벅찬 기대감과 환희로 가득찼다.
봉화군은 24일 오후 1시30분부터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충효당 일원에서 '한국·베트남 글로벌 문화교류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했다.
한국과 베트남 간 문화교류를 확대하고 지방정부 차원의 국제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열린 이날 행사는 한국과 베트남 간 지속 가능한 문화 협력 기반 마련은 물론 양국 국민 간 이해와 유대감을 심화시키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특히 오는 26일 경주에서 진행되는 '2025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문화고위급대화 참석차 방한한 호 안 퐁(Hồ An Phong)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베트남 대표단도 행사장을 대거 찾았다.
여기에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와 문화체육관광부 및 경북도 관계자를 비롯해 임종득 국회의원, 부 호(Vu Ho) 주한 베트남 대사, 지방의원, 이주 배경인, 유학생 등 베트남 관계자, 봉화군민 및 관광객 등 80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박현국 군수는 "봉화는 고려시대 베트남 리 왕조 왕손의 후손들이 뿌리내린 고장이다. 이번 행사는 양국이 공유하는 역사와 문화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면서 "앞으로 봉화를 글로벌 문화교류 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며, 한국과 베트남의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라고 강조했다.
행사는 △다문화 커뮤니티 센터 상량식 △'베트남의 날' 행사장 투어 △리 태조 동상 제막식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식전 행사로 베트남 전통 예술단 및 공동체의 문화 공연이 펼쳐져 분위기를 띄웠다.
화산 이씨 봉화종친회 사무국장인 이시창씨는 "할아버지는 '우리가 베트남 왕족의 후손이니 항상 행실을 바르게 해야 한다'라고 가르치셨다. 베트남 왕족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면서 "화산 이씨의 역사를 한국과 베트남의 새로운 접점으로 만들어 기쁨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K-베트남밸리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문화 커뮤니티 센터 상량식을 기념한 '기왓장 메시지 퍼포먼스'와 한국·베트남 글로벌 문화 교류 연결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베트남 왕조의 시조인 '리 태조 동상 제막식'은 참석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끌었다.
오는 9월 12일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다문화 커뮤니티 센터는 370㎡ 부지에 기와를 얹은 단층 건물로 처마 끝부분이 솟아오른 베트남 양식을 가미한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여기에는 세미나실과 객실, 공동 부엌 등이 갖춰지며, 국내에 거주하는 베트남 등 다문화 출신 주민의 모임 장소로 횔용될 계획이다.
또 봉화군 읍·면 홍보부스와 베트남 공동체가 참여한 베트남 홍보부스는 봉화군과 베트남의 화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3월 봉화로 이주한 선예나씨는 "베트남 커뮤니티 등을 통해 봉화군에 리 왕조의 후손 화산 이씨 집성촌이 있고, K-베트남 밸리를 조성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K-베트남 밸리를 만드는 것이 베트남 조상이 한국에 있었다는 것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게 알리고 이어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있다"라고 말했다.
■봉화 관내 베트남 출신 100여명 거주
봉성면 창평리에는 베트남 왕족의 후예인 화산 이씨 집성촌이 있다. 지금은 7가구에 불과하지만 많을 때는 수십 가구에 이를 정도로 번성했다.
현재 봉화 관내에 사는 베트남 출신 주민은 100명 남짓이다. 결혼 이주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이곳이 좋아 이주해 온 주민도 있다.
지난해 봉화로 이주한 도 옥 루이엔씨는 최근 봉화군 홍보대사를 맡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그는 우리나라로 유학 와 국어교육학 석사, 국어국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베트남어 및 한국어 교재 집필과 번역, 국제학회 발표 등 학술 활동과 함께 봉화 K-베트남 밸리 사업, 베트남 창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 3월 봉화로 이주한 선예나씨는 2006년 한국 땅을 밟은 베트남 출신 귀화 국민이다. 그는 현재 화산 이씨 종친회와 함께 K-베트남 밸리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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