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이런 측면에서 기관별 특성을 무시한 일괄적 평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은 설립 목적과 기능이 제각각이다. 그러나 현 제도는 이런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재무성과 지표만 강조했다는 것이다.
실제 '재무성과관리'의 가중치는 공기업 21점, 준정부기관 17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전력, 가스공사 같은 수익사업 중심 기관과 국민연금, 근로복지공단처럼 비시장적 기능을 맡은 기관이 동일한 잣대로 줄 세워진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평가 결과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산업진흥군으로 분류된 기관의 31.25%가 D·E 등급을 받았다. 반면 같은 준정부기관 내 기금관리형과 SOC안전 분야는 부진 기관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결국 기관별 성격 차이를 무시한 채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서 특정 군만 불리하게 몰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결과가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복지기관이 재무성과 탓에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국민 서비스가 부실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국민편익이 늘었는데도 점수는 떨어지는 모순이 나타날 수도 있다. 평가의 공정성보다 '실질적 공평성'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재무성과 가중치는 문재인 정부 당시 1점에서 지금은 14점으로 확대됐다. 공공기관의 재정 집행 효율성이 기관의 '책임성'이나 '공공 기여도'보다 과도하게 강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숫자 위주의 평가는 기관 스스로도 장기적 혁신이나 사회적 가치 창출보다 단기 실적 쌓기에 매달리게 만든다. 결국 공공기관들은 '국민을 위한 선택'보다 '점수를 위한 선택'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는 경영평가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체감가능 성장'을 내세운 만큼 2025년 평가체계부터는 국민이 실제로 느낄 수 있는 가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기관의 설립 목적과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표, 국민 복리와 안전을 중시하는 평가가 필요하다. 또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어떤 사회적 가치로 환원되는지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2025년 공공기관 경영평가부터 그 전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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