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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1500억弗 대미 투자[한미 정상회담]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6 18:32

수정 2025.08.26 18:32

李대통령-트럼프 첫 정상회담
‘마스가’ 넘어 제조업 전체 협력 확대
조선·원자력 등 11건 계약·MOU
대통령실-백악관 핫라인 구축 추진
李 "남북관계 페이스메이커하겠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시작에 앞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면서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시작에 앞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면서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워싱턴DC(미국)=서영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통상 분야의 안정화를 한 단계 더 공고히 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에 한국이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또한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향후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핫라인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한미 간에 합의한 15% 상호관세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 대통령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조선 분야뿐만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외에도 양국 협력을 제조업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뒤집기를 방지하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한미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핵심광물 등 5개 분야에서 총 2건의 계약과 9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기업들은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총 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미국 직접투자로 당초 조성하기로 합의한 3500억달러의 금융패키지와는 별도 금액이다.

금융패키지는 양국이 조선 분야 최대 1500억달러를 포함해 에너지, 핵심광물, 배터리, 반도체, 의약품, 인공지능(AI) 퀀텀 컴퓨팅 등 전략산업 강화를 지원하는 데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구속력 없는 MOU로 금융패키지 조성과 운영을 규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여하는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이 성장·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한미동맹을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 과학기술 분야까지 다 확장해서 미래형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인 중대사안 협의를 위한 대통령실과 백악관의 핫라인도 설치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미국과 지난 통상협상 이후에 양국 대통령 회담을 준비하면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문제 논의를 하기 위한 핫라인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는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 핫라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양 실장이 한미 관세협상과 양국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핫라인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 실장은 이를 위해 이날 백악관에서 와일스 실장을 만났다.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동맹 현대화에서도 일정 부분 진전을 봤다. 이 대통령이 먼저 국방비 증액을 적극적으로 거론하자 미국의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대한 구체적 요구나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우리가 동맹의 발전 방향, 우리의 국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 협의가 있었고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조선, 원자력과 같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한미 협력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대통령이 26일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하는 것도 새로운 영역 개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원자력협력 문제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의미 있는 논의를 진행했고, 향후 추가 협의가 이어질 계획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의지도 확인했다.
무엇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견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김 위원장 만남 추진을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만남을 희망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피스메이커를 하면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syj@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