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연극 '퉁소소리' 고선웅 단장 “높은 사람들이 특히 와서 보면 좋겠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7 18:07

수정 2025.08.27 18:06

서울시극단 '퉁소소리' 재연, 9월 5~23일 M씨어터
26일 연극 '퉁소소리'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한 고선웅(왼쪽부터) 서울시극단장, 최나라, 정새별, 박영민. 세종문화회관 제공
26일 연극 '퉁소소리'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한 고선웅(왼쪽부터) 서울시극단장, 최나라, 정새별, 박영민. 세종문화회관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같은 분쟁 지역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도 남과 북이 휴전상태다.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길 바란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작품은 남녀노소 모두가 보면 좋겠고, 특히 높은 사람들이 와서 보면 더 좋겠다.”
서울시극단이 연극 '퉁소소리' 재연에 나선다.

'퉁소소리' 각색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 서울시극단장 겸 연출은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바람을 전했다.

민초의 삶을 담은 서사, 오늘날의 울림

연극 '퉁소소리'는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의 소설 '최척전'을 원작으로 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명·청 교체기라는 격동의 시대, 전북 남원에서 사랑을 꽃피운 최척과 옥영이 30년에 걸쳐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선에서 중국, 일본, 베트남까지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여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전쟁의 비극과 민중의 고통을 되돌아보게 한다.

고선웅 단장은 15년 가까이 '최척전'의 무대화를 구상해왔다. 남원 출신이기도 한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삼국지'도 다 봤지만, 개인적으론 영웅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영웅의 전쟁사가 아닌 민중의 삶에 주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연한 '퉁소소리'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난해 초연한 '퉁소소리'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극단 연극 '퉁소소리' 공연모습.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극단 연극 '퉁소소리' 공연모습.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4년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퉁소소리'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퉁소소리'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구나 전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전쟁 속 민초들의 고통은 형언할 수 없는데, 우리는 숫자나 외교 이벤트로만 전쟁을 접한다”며 “군인으로 차출돼 전쟁으로 내몰린 그들의 마음을, 남은 가족들의 고통을 사람들이 이해하면 좋겠다. 특히 최척과 옥영이 끝내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 이야기가 지금 시대에도 울림을 줄 것”이라고 믿었다.

초연의 성과, 재연의 확장

고선웅 단장의 간절한 바람은 적중해 이 작품은 지난 2024년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2025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대상 문화부문 대상, 2025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수상 등 주요 상을 휩쓸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고난의 가족사인데도 유머와 해학을 섞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게 한 고선웅표 연출의 힘도 컸다.

오는 9월 5~28일 M씨어터에서 재연되는 이번 무대는 초연 당시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배우들을 중심으로, 서울시극단 단원 강신구·김신기·최나라·이승우 등이 그대로 합류한다. 옥영 역 정새별은 백상예술대상 연기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았고, 최척 역 박영민 역시 안정감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원로 배우 이호재는 노(老) 최척 역으로 극의 처음과 끝을 열고 닫으며 안내자 역할을 이어간다.

고 단장은 '퉁소소리'가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에 대해 “서랍 속에 넣어두고 십수 년간 무대에 올리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이 통한 것 같다"며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이의 마음이 모여서 좋은 반응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아주 단단하다"고 답했다.

무대와 음악, 더 깊어진 미학

이번 재연에서는 무대와 음악 모두 보강됐다. 고 단장은 “배우 기량이 달라지고 무대 장치도 보강됐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는 군살 정리로 좀더 깔끔해졌고, 무대 장치나 엔딩 장면의 비주얼도 보강했다. 특히 장태평의 음악은 현악기를 보강한 6인조 라이브로 더욱 풍성해졌지만 선율은 오히려 단순해졌다"고 비교했다.

고선웅 연출 특유의 연극 철학은 이번 무대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그는 “연극은 쉽고 재미있어야 하며, 무대를 비우고 배우들의 연기로 채울 때 깊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최척 역 박영민은 이번 연극을 통해 “인생의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옥영 역 정새별은 “계속되는 사건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 인물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며느리 홍도 역 최나라는 “시어머니와 가족들의 고된 삶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용기 내어 살아낸 모습이 존경스럽게 다가왔다”고 부연했다.

고선웅 단장은 "전쟁은 참혹하다. 하지만 민초들은 끝내 버티고 살아남아 인류를 지속해왔다.
바로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라고 그들의 노고를 다시금 강조했다.

'퉁소소리'는 단순히 과거의 전쟁사를 재현하는 연극이 아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은 민초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생명력과 평화의 가치를 되새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