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테헤란로] 대주주 권익만 키우는 양도세 기준 인하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8.27 18:05

수정 2025.08.27 18:05

김경아 증권부 부장
김경아 증권부 부장
"대주주 양도세 기준 인하는 상법 개정으로 주주권리를 보호하긴커녕 결과적으로 대주주 전횡을 더 강화하는 모순된 법안이다."

취임 당시 공약으로 코스피 5000을 내건 이재명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인하하는 내용을 심사숙고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시장은 혼란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현행 세법상 코스피 상장기업의 지분율 1% 혹은 코스닥 상장기업의 지분율 2%일 경우 대주주가 된다. 또 지분율과 상관없이 종목당 50억원 이상을 보유하면 대주주 요건에 해당한다. 그러나 여당이 미는 개편안이 시행되면 금액 기준 10억원만 넘어도 과세 대상이 된다.

대통령실은 증시와 여론 추이 등을 살피고 당정 조율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자본시장업계와 동학개미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한 기관투자자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10억원으로 낮출 경우 일반 개미 상당수도 연말 세금 회피를 위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 권리를 강화하고 장기투자를 유도하겠다는 현 여당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짚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투자자들은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거나 차액결제거래(CFD) 같은 파생상품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며 "CFD는 의결권이 없어서 주주권익이 약화되고, 이 과정에서 오히려 대주주의 권익이 강화되기 때문에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려는 상법 개정의 근본 취지와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작년에도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세수 강화를 위해 금투세 강화를 밀어붙였지만 결국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개미들 독박 세부담' 지적으로 폐지됐다.

이번 대주주 양도세 강화 역시 '제2의 금투세 논쟁'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10억원으로 인하할 경우 기업 오너 입장에선 연말마다 주가가 낮아져 지분이 분산돼 오히려 지배력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양도세 기준 인하는 주주 중심 개혁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대주주에게 힘을 크게 실어주는, 개미들은 배려하지 않는 모순된 법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장의 혼란만 부추기는 정책은 민생의 목소리를 아우르는 거대 여당이라면 마땅히 지양해야 할 일이다. 실제 민주당이 지난해 당시 밀어붙인 금투세도 개미들의 반발에 백기투항했다.
지금이라도 민심에 귀 기울이고 진정한 코스피 5000시대에 걸맞은 합당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해 머리를 맞대 볼 시기다.

kak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