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앞으로 금융감독과 검사의 전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은행들도 ELS 사태와 같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소비자보호체계를 확립하면서 책무구조도 운영에서도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라는 주문이다.
이찬진 원장은 또 은행들이 담보와 보증 중심의 대출 영업에서 AI 등 미래 성장 산업에 대출이나 투자를 늘리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도 은행의 건전성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 지원에 나설 계획으로, 은행들이 규제 개선으로 생긴 여유자본을 생산적 금융에 활용하라는 당부다.
이에 은행장들은 고객 입장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하고 신성장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원장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 20개 국내은행 은행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가까운 실세 원장이 업권 중 처음으로 은행장들과 상견례를 하면서 이재명 정부에서의 금감원 감독방향을 밝히는 자리라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원장은 예상대로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금감원의 최우선과제로 세웠다.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공약으로, 이 원장의 취임사는 물론 임원회의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사안이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통해 은행 신뢰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 금융 감독과 검사의 모든 업무 추진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하고 금융범죄를 엄정히 대응하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대원칙이 될 것"이라면서 "은행권도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스스로 책임있는 영업문화를 정착시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특히 이 원장은 지난해 초 발생한 ESL 사태를 언급하며 "더 이상 ESL 불완전판매 등과 같은 대규모 소비자 권익침해 사례는 없어야 한다"면서 "여러분이 앞장서서 업무 전반에 걸친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한편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운영,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 관행 개선 등을 통해 사전예방적 소비자 보호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 내에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할 계획이다.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내부통제 강화도 당부했다. 은행들이 시스템 접근권한을 고도화하고 자금인출 시 단계별로 검증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은행에서 개인정보 유출, 직원들의 횡령 등 있어서는 안될 금융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자물쇠가 깨진 금고와 다를 바 없다"면서 "AI 등을 활용해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내부통제 제고 방안 등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했다. 은행들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금융정책인 생산적 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의미다.
이 원장은 "은행은 담보와 보증상품 위주로 소위 '손쉬운 이자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은행이 지금이라도 AI 등 미래 산업의 성장 토대가 되는 생산적 부분으로 자금을 흘려보낼 수 있느냐가 곧 미래의 방향을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금융권 자금이 생산적 부문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건전성 규제를 개선하고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도 더 활성화하는 한편 가계부채 쏠림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다고 재차 당부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논의된 제언과 건의사항을 향후 감독·검사업무에 반영하는 한편,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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