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주필,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를 만나다
선제적 방위비 인상으로 동맹 현대화
농산물 개방 막으며 피해 관리 '선방'
최대 수혜자는 지지율 오른 이시바 총리
李대통령 방일로 공조 의지 각인된 덕분
日, 오부치 선언만큼 진보한 조치 내놔야
트럼프·김정은, 경주 APEC서 만날까
회원국 아닌 北 초대 현실적으로 어려워
판문점 만남이 실현 가능성 더 커
선제적 방위비 인상으로 동맹 현대화
농산물 개방 막으며 피해 관리 '선방'
최대 수혜자는 지지율 오른 이시바 총리
李대통령 방일로 공조 의지 각인된 덕분
日, 오부치 선언만큼 진보한 조치 내놔야
트럼프·김정은, 경주 APEC서 만날까
회원국 아닌 北 초대 현실적으로 어려워
판문점 만남이 실현 가능성 더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10월 말 개최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담 기간에 판문점에서 6년 만에 재회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APEC 기간에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 SNS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동을 제안하면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과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는 '한미정상회담 결과 분석, 한국이 취해야 할 경제·안보 전략'이라는 주제로 지난 26일 이 같은 대담을 가졌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최대 수혜자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굉장히 오래 얘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얘기만 나오면 입가에 미소가 나왔다. 여동생 김여정 말고는 자신이 김정은을 제일 잘 안다고도 했다. 김정은과 두 번의 정상회담을 가진 얘기를 한참 동안 했다. 그러면서 이제 빨리 만나고 싶다는 속내를 계속 얘기하는데, 이 대통령이 이걸 파고들어 계속 맞장구를 치니까 화두가 연결이 됐다. 결국은 북한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일 관심 있는 게 노벨 평화상인가.
▲대통령이 돼서 권력을 잡았고, 사업해서 돈도 많이 벌었다. 이제는 명예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차례나 후보에 올랐다. 심지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추천서를 썼다. 여러모로 받으려고 그랬는데 그때마다 떨어지니까 노벨상위원회가 불공정하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압박해도 단기간에 휴전이 될 것 같지는 않고, 가자지구 역시 지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평화가 어렵다. 결국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노벨평화상으로 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을 바꿔야 협상이 되는 문제에 이른다. 김 위원장은 영변 비핵화 대신 미국에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11건 중에 민생 결의안 5건을 해제해 달라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회담할 준비가 안 됐다고 봤다. 영변이 북한 핵 개발의 성지이자 시작이지만, 미국 정보당국이 파악하기에 영변 말고 나머지 시설이 거의 50%였던 것이다. 앞으로 상당한 양측의 수싸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왜 필요한가.
▲지난 1988년 미국과 일본이 합의를 해서 일본은 20% 이하는 얼마든지 농축을 하고 플루토늄 재처리를 한다. 20% 이상도 미국에 통보를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은 20% 이하는 안 된다. 허락을 받아야 된다. 재처리가 안 된다. 이게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에 커다란 걸림돌이다. 경주에 고준위 방폐장을 가동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쓰고 남은 폐연료봉을 재처리 해서 다시 재활용해야 하는데 재처리를 못하니 지하에 쌓아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원자력에 필요한 정광(농축 전 우라늄)을 중국, 호주, 러시아에서 수입을 해왔다. 재처리해서 자력으로 생산해서 원자력발전소에 쓸 수 있도록 미국이 풀어줘야 한다.
―이 대통령이 미국행 도중 주한미군의 유연성 확대에 동의 못한다고 했다.
▲대만 분쟁이 생겼을 때 주한미군이 빠져나가서 방위를 하면 우리로서는 북한의 위협에 안보공백이 생기고 대만 분쟁에 개입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유연화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 회담 분위기로 볼 때 조금 총론에 그친 이유는 문제에 깊게 들어가다 보면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그런 흐름이 되기 때문에 양측 정상이 신중에 신중을 기했던 것 같다.
―이 대통령이 안미경중(安美經中)을 더 이상 취하기 어렵다고 했다.
▲통계를 보면 이해가 간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은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정도의 무역흑자가 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으로부터 거의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 경제는 대미 흑자로 유지가 될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안보도, 경제도 다 미국인 셈이다. 그런데 중국은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공급망 체인이 다 연결된다.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셰셰"라는 친중 발언을 얘기한 것 때문에 미국 내에서 의심이 좀 있었다. 이런 의심을 푸는 차원에서 그렇게 얘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했다.
▲물밑에서 사전 의제로 미국이 요청을 했고, 미국의 압력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가 올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들어줄 수 있는 건 깨끗하게 수용한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올리는 목표지만 한 번에 5%까지 갈 수는 없다. 일단은 방위비라는 개념을 좀 넓게 해석하면 된다. 방산 관련 연구개발(R&D) 비용도 방위비가 될 수 있다. 아마도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인상을 통해 미국 무기를 사 가라는 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무기의 우수성을 세일즈했다. 이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방위비 올리겠다 한 얘기는 결국은 미국 첨단무기를 사겠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농산물 개방 이야기가 안 나왔다.
▲농민 보호 때문에 농축산물 개방은 절대 안 된다는 거였다. 가장 큰 문제가 소고기, 쌀 그리고 사과 시장 개방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구워 먹기가 좋은 30개월 이전 것만 들어온다. 그런데 이제 미국은 30개월 이상도 풀라는 거다. 그다음에 쌀 시장 개방이다. 일본은 쌀은 절대 용납을 안해왔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수입물량은 매년 정해져 있다. 그래서 쌀은 우리 농민들이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그러는데, 미국은 이제 쌀도 풀라고 한 것이다. 사과의 경우 검역 같은 비관세장벽을 없애라고 한다. 그렇지만 농축수산물은 정권 지지기반을 흔들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진보, 보수를 떠나서 수용하기 어려운 거다. 이번 한미회담에 그런 문제는 그나마 거론되지 않았다. 선방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방위비 인상을 선제적으로 얘기하면서 다른 것을 막는 '기브 앤드 테이크(주고 받기)' 전략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은 이견이 심한 문제이기 때문에 아예 좀 제쳐놓고 의견이 일치되는 방위비 문제부터 해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미국으로 가는 길에 일본을 먼저 방문했다.
▲가장 큰 수혜자는 이시바 총리다. 지지율이 갑자기 20%까지 올라왔다. 이 대통령이 방일함으로써 아주 큰 수혜자가 됐다. 일본 입장에서는 두 가지 차원에서 흥분할 수밖에 없다. 광복절이 있기 때문에 8월에 방일을 안 한다. 일본 입장에서도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아주 축제 분위기가 됐다. 일본 언론에서도 분석기사들이 많이 나왔다. 한미일 공조를 원하는 워싱턴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없어졌다. 올해가 한일 수교 60주년, 광복 80주년이다. 과거를 잊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집착해서 미래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것도 양국 발전의 한계가 된다. 과감하게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로 발돋움을 했다. 위안부 문제,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한국에서 예민하게 생각하는 문제에 관해서 일본도 신중하게 행보를 했으면 좋겠다.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8월에 이재명 대통령이 방일한 것은 한국 정서를 뛰어넘은 것이다. 통렬한 반성을 담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아니더라도 미래 지향적으로 양국이 나아갈 수 있는 조치를 일본도 해주길 기대한다.
―APEC에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 것 같나.
▲지난 11년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APEC은 올해 경주에서 열리고 내년에는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그다음에 한중일 정상회의도 예정됐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상이 내년에 두 번이나 중국에 갈 일이 있다. 그런데 시 주석이 올해 APEC에 안 오면 정상외교의 비례성에 맞지 않는다. 변수는 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8일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초청됐지만 안 갔다. 김정은은 다자외교를 잘 안 한다. 신격화돼 있는데 21명의 정상들 사이에 서서 뻘쭘하게 서 있을 수는 없는 거다. 북한은 APEC 회원국도 아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판문점에 갈 테니까 김 위원장에게 나오라고 하는 게 실현 가능성이 있다.
전체 대담 내용은 파이낸셜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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