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검)이 수사 개시 59일 만에 사건의 정점인 김 여사를 재판에 넘겼지만 아직 규명해야 할 의혹은 산적해 있다. 공천개입을 비롯해 '매관매직' 등과 같은 인사 전횡의 전모 역시 그 중 하나로 꼽힌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 2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개입,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구속기소하고 특검법상 나머지 수사 대상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우선 김 여사가 여러 인물에게 고가의 귀금속을 받고 각종 인사 청탁을 들어줬다는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 여사가 2022년 3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맏사위가 공직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는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검사 출신으로, 이 회장 맏사위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실제 목걸이 전달 약 3개월 뒤 임명됐다.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는 2022년 9월 사업상 편의를 받기 위해 김 여사에게 5000만원 상당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선물했다고 의심받는 인물이다.
서씨는 시계를 받은 김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도와달라며 대통령실 홍보수석 자리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임명 과정에 김 여사를 통한 인사청탁 정황까지 드러나 매관매직 의혹이 확대됐다.
특검팀은 김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금거북이와 함께 이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를 발견했다.
김 여사 인사 전횡 의혹의 또 다른 갈래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한 공천개입이다. 실제 공천 과정에 김 여사 입김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명씨에게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혐의는 이번 김 여사 공소장에 포함됐다.
김 여사는 이를 대가로 그해 치러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산다.
작년 4·10 총선에선 김 여사가 김상민 전 검사를 김영선 전 의원 선거구인 경남 창원 의창에 출마시키고자 힘을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22년 지방선거 때 박완수 경남지사, 김진태 강원지사 공천 과정에 명씨를 매개로 김 여사가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주장 역시 있다.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 수사 과정에선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거쳐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통일교 당원을 동원해 개입했고, 이를 대가로 통일교 측에 작년 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해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는 전씨에게 문자를 보내 "윤심은 정확히 무엇입니까",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로 필요한가요"라고 물었고, 전씨는 "윤심은 변함없이 권"이라며 권성동 의원을 지목했다.
이후 권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불출마하자 지원 대상은 김기현 의원으로 바뀐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통일교 교인들을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시켜 조직적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특검팀은 이른바 '윤심'으로 권성동·김기현을 지목하고 지지를 얻어낸 배후에 김 여사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8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고위직에 통일교 인사를 임명한 배경에 김 여사 영향력이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권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그러나 권 의원은 "통일교를 방문한 사실은 있지만 금품을 받은 일은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 또한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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